"올해는 대자연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너무 많은 커브볼을 던졌어요. 싸구려 와인을 만들긴 싫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 앰뷸네오 빈야즈(Ambulneo Vinyards)의 주인 그레그 린(사진)은 이탈리아 이민 2세답게 재치가 넘쳤다. 수입사(와인나라)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올해 서늘한 날씨 탓에 포도가 익지 않아 2010 빈티지는 한 방울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품질 기준에 미달한 포도는 저가 와인을 만드는 곳에 넘긴다.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각오한 결정이었지만 뉴욕양키즈 팬답게 설명했다.

앰뷸네오 빈야즈는 신흥 컬트와인(소량 생산하는 최고급 와인)으로 꼽히는 '불독'을 생산해 뜨고 있는 곳.린은 1994년 부동산대출(모기지) 회사를 매각해 큰돈을 번 뒤 2001년 캘리포니아 산타마리아에 와이너리를 세웠다. 처음 나온 '불독 2002년 빈티지'는 2004년 출시되자마자 유명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5점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5년엔 세계적인 와인 생산자 안젤로 가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야는 이탈리아에서 고급 와인 수입사도 운영 중인데 이 회사가 신생 와인인 불독을 수입하겠다고 나선 것.

린은 "프랑스 부르고뉴산에 맞먹는 최고의 피노누아 와인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포도 재배와 양조는 수작업으로만 이뤄지고 인공적인 것은 가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품질 관리로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중 단위면적당 포도 수확량이 가장 적다. '불독'의 연간 생산량도 2400~7200병에 불과하다.

"와인 이름을 왜 '불독'으로 지었냐"는 질문에 그는 "퇴근해 집에 오면 아내와 애들은 앵앵거리지만 개는 항상 반겨준다"며 "와이너리 이름인 앰뷸네오도 아메리칸 불독에서 따온 것"이라고 파안대소했다. 그는 아메리칸 불독 5마리와 함께 산다.

'불독' 등 앰뷸네오 와인 수입은 와인수집가인 치과의사 김재찬 박사가 3년 동안 추진해 성사됐다. 대부분 미국 내에서 소비되며 수출은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2006~2008년산이 빈티지별로 144병씩 국내에 들어왔다. 판매가는 병당 18만7000원.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