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측면에서 보면 '12월은 구글의 달'이 될 것 같다. 구글은 7일(한국시간 8일 새벽) 크롬 운영체제(OS)를 발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년 윈도 아성에 도전하기 위한 야심작이다. 이어 수주일 이내에 안드로이드 2.3 버전(진저브레드)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지난주에는 크롬 브라우저 8.0 버전을 내놓았고 새 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웹 전자책 '오픈북'도 선보였다.

구글은 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세 경쟁사를 동시에 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를 내놓아 애플 아이폰의 독주를 막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견제할 목적으로 세계 최대 소셜 커머스 사업자인 그루폰을 60억달러(7조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이제 크롬 OS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 공격에 나선다.

구글은 지난해 7월 크롬 OS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말께 크롬 OS를 탑재한 넷북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구글 크롬팀은 7일 이벤트(기자설명회)를 열고 크롬 OS를 공개한다. 디바이스 전문 인터넷 매체인 엔가젯은 아직 베타 버전이긴 하지만 아톰 프로세서와 크롬 OS를 탑재한 넷북도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롬 OS가 당장 컴퓨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메이커들이 크롬 OS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한테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OS의 새 시대를 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크롬 OS는 크롬 브라우저 기반의 웹 OS다. '브라우저+OS' 형태를 취한다. 브라우저 기반이어서 가볍고 성능을 원격으로 자동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주 크롬 브라우저를 8.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달리 사용자가 새 버전을 내려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구글은 크롬 8.0에 PDF 뷰어 기능을 추가했다. 오피스 프로그램이 깔려 있지 않은 컴퓨터에서도 PDF나 워드 파일을 클릭하면 구글닥스 화면에서 바로 뜬다. 크롬 OS에도 이 기능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5일 공개한 오픈북도 크롬 OS가 가져올 변화를 예고한다. '브라우저와 웹에 관해 터득한 20가지'란 제목의 이 책은 브라우저 안에서 열린다. 최신 크롬 브라우저에서는 역동적 화면을 볼 수 있다. 구글은 크롬 OS에서는 파일 뷰어,책 뷰어 등을 기본으로 제공할 전망이다. 또 크롬 OS 론칭과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웹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구글과 삼성이 공동 개발한 두 번째 레퍼런스폰 넥서스S도 주목받고 있다. 레퍼런스폰이란 기준을 제시해주는 폰을 말하는데 구글은 지난해 대만 HTC와 공동으로 첫 번째 레퍼런스폰 넥서스원을 개발해 내놓았다. 넥서스S에는 처음으로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2.3)가 깔렸다. 인터넷에서는 최근 넥서스원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나돌았고 연내에 공개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애플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페이스북의 추격을 뿌리치진 못했다. 순방문자 수에서 페이스북에 추월당해 쫓기는 입장이면서 쫓는 입장이 됐다. 이제 크롬 OS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추격한다. 아울러 넥서스S를 내놓아 애플에 맞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재정비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펼치는 패권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