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에 재협상을 하게 될 경우 누가 이득을 볼까. 대체로 재협상 요구에 응해주는 나라가 이득을 본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한국과의 협정문에 서명까지 한 미국이 국내 비준을 받지 못해 협정을 포기하는 것은 국제 신뢰를 상실하는 일이다. 따라서 한국은 재협상에 응해주면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협상 결과를 보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지난 협상에서 자동차를 둘러싸고 우리가 차지했던 유리한 고지를 약간 내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얻은 이득이라면 오랫동안 지연된 한 · 미 FTA를 곧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 시장의 개척이 중요한 한국과 같은 수출기반 성장국가에 있어 이것은 매우 커다란 이익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보다 FTA 정책을 늦게 시작해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중국,일본,유럽연합 중에서 가장 먼저 관세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경쟁국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그런데 사실 한국이 얻은 더 큰 이익은 경제외적 소득에 있다.

북한에 얻어맞은 한국에 서로 싸우지 말라고 충고하는 중국과는 달리 항공모함을 앞세워 달려온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 · 미 FTA 합의에 대해 한 · 미동맹의 강화를 강조했다. 미국이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안보이득을 줄 수 있는 우방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의 안보지원이 상호간의 새로운 이익 균형점을 찾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 · 미 FTA에 대한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그동안 우리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으나,최근의 변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타협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한 · 미 간의 협상이 완전 종결됐고,국회의 비준을 남겨두고 있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는 연계돼 있다. 국제협상의 최종안은 국내집단의 이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내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이해 당사자는 자동차와 농축산 업계일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재협상 결과 이익 창출의 효과가 다소 감소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오히려 '늦었지만 다행'이란 반응이다. 농축산업계의 경우에는 사정이 약간 나아졌지만,여전히 한 · 미 FTA의 최대 피해자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국회 비준을 위한 불변의 과제는 농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다.

유럽의 경우 단일시장이라는 자유교역지대를 건설하기 위해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농업정책에 유럽연합 예산의 90%까지 지출했고,지금도 예산의 절반이 사용된다. 우리에게도 미국과의 자유교역으로 얻게 되는 이익의 일부를 농업으로 재분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농업에 대한 지원액수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리 대출을 해주는 금융 정책적 지원방안은 농민을 더욱 부채의 늪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기업형 농가를 육성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농지연금의 확대로 소규모 농민을 보호하며,부재지주의 이득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농촌의 에코관광 지원 등으로 농촌 살리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내년 하반기가 되면 우리에게 미국과 유럽의 시장이 동시에 열린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 취약한 농업,금융,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이것은 곧 다가올 중국 및 일본과의 FTA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한 · 미 FTA 비준 동의안과 함께 종합대책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는 국회에서 소화기를 동원한 저지 소동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초당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요즈음 국제적 합의가 국회에서 평화롭게 수용될 수 있도록 공동노력이 요구된다.

고상두 < 연세대 지역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