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패션에서 인기를 끌었던 '세컨드 브랜드'들이 일반 데님 ·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란 오리지널 브랜드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은 좀 더 실용적으로,가격은 30~40%가량 낮춰 선보인 보급형 브랜드를 말한다.

질 스튜어트의 질바이 질스튜어트,에르메네질도 제냐의 Z제냐,도나카란컬렉션의 DKNY,마크제이콥스의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등이 대표적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

세컨드 브랜드들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품질 의류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층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오리지널 브랜드보다 2배가량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질 스튜어트의 세컨드 브랜드 질바이 질스튜어트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급증했다. 맏형 브랜드인 질 슈트어트의 매출 신장률(30%)을 훨씬 웃돌고 있다.

로맨틱하고 현대적인 질 스튜어트의 디자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캐주얼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30%가량 낮은 가격에 내놓고 있어 20~30대 여성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서동권 LG패션 질바이 질스튜어트 담당 차장은 "로맨틱한 디자인이 최근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물론 젊은층이 준명품을 소유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소비심리가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도 세컨드 브랜드인 Z제냐가 전년 대비 20~30% 성장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제냐코리아 관계자는 "현대 남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내놓은 심플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이 20~30대들을 파고들고 있다"며 "트렌디하고 젊은 감성의 Z제냐 고객이 나이가 들면 제냐의 로열 고객으로 이어지는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잇달아 출시되는 세컨드 브랜드

명품 캐주얼 데님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잇달아 내년도 세컨드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질샌더에서는 내년 봄시즌 세컨드 라인으로 네이비 질샌더를 영국과 일본에 처음 내놓는다. 국내에는 내년 가을 · 겨울 시즌 들어올 예정이며 가격대는 기존 질샌더 브랜드보다 30%가량 낮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캐주얼 시장에서 '빅3' 진입을 노크하고 있는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도 내년 2월 '라코스테 라이브'란 세컨드 브랜드를 출시한다. 기존의 라코스테가 빈폴 폴로 등과 경쟁을 벌이는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라면,라코스테 라이브는 '영 스트리트 캐주얼' 컨셉트로 청바지와 캐주얼 아이템을 보강해 내놓는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선효 동일드방레 사장은 "세컨드 브랜드로 분리해 매장을 운영하면 이미 검증된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업고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데님 브랜드 게스도 내년 7월부터 아메리칸 멀티 캐주얼 브랜드 'G바이 게스' 매장을 열기로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