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여론에 백기든 정치자금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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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엔 비공개 회의가 많다.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 걸린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나 국가 기밀을 다루는 정보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한다.
하지만 기밀사항이 아닌 사안을, 특히 여야 의원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회의를 숨어서 하는 건 곤란하다. 자신들의 후원금 모금과 직결돼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안 논의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청원경찰친목회 로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위원회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 의원들은 6일 오전, 오후에 걸쳐 소회의실 옆 전문위원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했다. 공개 예정된 이날 소위에서 진행상황을 취재하려던 기자는 굳게 닫힌 문만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결국 민감한 시기에 통과시키긴 부담스럽다는 다수 의원의 의견에 따라 이 법안은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도 못했다.
전날 여야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난 뒤지만 이날 백원우 민주당 간사는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갔다"며 "여야 간 쟁점사항이 정리된 것이지 합의가 다 된 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여론이 무서워 논의를 늦춘다거나 한도금액을 놓고 갑론을박한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기 중이던 선관위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제로 대가성은 묻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가성에 자꾸 방점이 찍혀서 보도가 되니까 소위 의원들이 '이렇게 두들겨 맞을거면 다 없던 걸로 하자'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해 논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정도라는 걸 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 뒤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적 절차는 기본이다. 그러나 '투명성'이 핵심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소위를 열지 않는 이유를 묻자 한 민주당 의원은 "속기록에 남으면 공개되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청목회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그것도 예산심의로 가장 바쁜 이때에 뭘 그렇게 숨어서 긴급히 논의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
하지만 기밀사항이 아닌 사안을, 특히 여야 의원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회의를 숨어서 하는 건 곤란하다. 자신들의 후원금 모금과 직결돼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안 논의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청원경찰친목회 로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위원회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 의원들은 6일 오전, 오후에 걸쳐 소회의실 옆 전문위원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했다. 공개 예정된 이날 소위에서 진행상황을 취재하려던 기자는 굳게 닫힌 문만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결국 민감한 시기에 통과시키긴 부담스럽다는 다수 의원의 의견에 따라 이 법안은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도 못했다.
전날 여야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난 뒤지만 이날 백원우 민주당 간사는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갔다"며 "여야 간 쟁점사항이 정리된 것이지 합의가 다 된 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여론이 무서워 논의를 늦춘다거나 한도금액을 놓고 갑론을박한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기 중이던 선관위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제로 대가성은 묻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가성에 자꾸 방점이 찍혀서 보도가 되니까 소위 의원들이 '이렇게 두들겨 맞을거면 다 없던 걸로 하자'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해 논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정도라는 걸 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 뒤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적 절차는 기본이다. 그러나 '투명성'이 핵심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소위를 열지 않는 이유를 묻자 한 민주당 의원은 "속기록에 남으면 공개되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청목회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그것도 예산심의로 가장 바쁜 이때에 뭘 그렇게 숨어서 긴급히 논의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