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을 넘는 부산지역 랜드마크빌딩으로 추진돼온 '솔로몬타워 월드비즈니스센터(WBC)'가 사실상 주상복합아파트로 지어진다. 현재 100층 이상에 주거시설을 둔 건물은 40~108층에 아파트를 배치한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 정도다. 전문가들은 공사비가 많이 드는 초고층 빌딩에 주거시설을 많이 배치하면 비싼 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와 화재 취약성 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랜드마크 빌딩,주상복합 되나

부산시는 최근 건축심의를 갖고 우동에 건립할 108층 규모 부산WBC에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을 대규모로 허용하는 내용의 설계 변경안을 통과시켰다고 6일 발표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5~55층에는 공급면적 198~231㎡ 아파트 264채가,56~103층에는 오피스텔 297실이 들어선다. 104~106층은 호텔,107~108층은 전망대다. 이에 따라 당초 상업 · 업무용 빌딩으로 계획했던 부산WBC는 사실상 주상복합아파트가 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광시설용지인 부산WBC 부지에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토록 건축법이 개정됐다"며 "여름철 외에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공동주택 건립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층 주거용 빌딩은 해운대에 지어지는 두산 위브더제니스(80층)가 꼽힌다. 하지만 100층 이상 랜드마크 빌딩 8곳 중 7곳은 공동주택을 넣거나 늘리는 쪽으로 설계변경을 추진 중이어서 이번 부산WBC 건축 심의 통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옆 옛 한국콘도 부지의 '해운대관광리조트(117층)'는 이달 중순께 40%가량의 고급 주거시설을 넣어 건축심의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도 부산 중앙동 옛 부산시청 부지의 '부산롯데타운(107층)'에 주거시설을 추진 중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인천타워(151층)도 전체 면적의 30~40%를 주거시설로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비 비싸 분양가 높아질 듯

100층 이상 빌딩에 아파트를 배치하는 것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고층일수록 공사비가 비싸져 업무시설만 넣어서는 사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오피스 빌딩보다 단위면적당 가격은 높지만 시장 침체로 분양이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건축물과 비교해 70층 이상이면 공사비가 1.5배,100층 이상이면 2배가량 더 들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고가 주상복합아파트의 수요층이 두텁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화재 취약성과 주거공간 적정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공간은 업무용 시설에 비해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이 많을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론상 지상 700m까지 거주가 가능하지만 권장할 만한 수준인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선/부산=김태현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