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땐 국가경쟁력만 생각했는데 정치인되니 票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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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의원이 본 예산심사
장병완 민주
"與, 대화여지 안두는 것 같아…시한보다 철저한 심사가 중요"
김광림 한나라
"野 고의적으로 시간끌어…4대강 사업 중단은 안돼"
장병완 민주
"與, 대화여지 안두는 것 같아…시한보다 철저한 심사가 중요"
김광림 한나라
"野 고의적으로 시간끌어…4대강 사업 중단은 안돼"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과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과거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위원회,기획예산처에서 함께 일했던 선 · 후배 사이다. 김 의원이 행시 14회,장 의원이 17회다.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 시절엔 장 의원이 재정기획과장으로 김 의원을 직속 상관(재정기획국장)으로 모시기도 했다. 예산 편성에 관한 한 서로 눈빛만 봐도 상대의 의중을 아는 막역한 관계다.
두 사람은 18대 국회에 정치인으로 변신해 지금은 나란히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산실 선 · 후배가 이제는 국회에서 창과 방패가 돼서 만난 셈이다. 인터뷰는 빠듯한 일정 때문에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점심을 겸해 이뤄졌다.
-직접 예산심사를 해보니 정부에서 편성하던 때와 어떻게 다른가.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개인적으로 예산총괄과장으로 예산도 짜보고,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정부와 국회 간 심부름도 하고,재정경제부 차관으로 국회에서 답변도 했고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예산심의를 하고 있다. 예산에 관한 거의 모든 단계를 해봤다. 종합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래도 아직 동료 의원들로부터 '과천 티를 못 벗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과천 후배들은 '여의도 가더니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 심정적으로 과천에서 여의도 중간지점인 '이수' 정도에 와 있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 소모적 정쟁을 한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비효율적이라고 비판받아도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할 때도 있고,지역을 위해 꼭 챙겨야 할 일들도 있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선배 말에 공감한다. 30여년간 예산만 쭉 하다가 최근(정확하게는 지난 7월28일 보궐선거) 국회에 들어왔는데 정치인들이 대화와 타협 · 소통을 얘기하면서 상임위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회의 자체를 보이콧할 때는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더라.
-정치인들이 예산심의는 안 하고 정쟁만 한다는 비판이 많다.
▼장 의원=박희태 의장이 '예산은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라고 하더라.맞는 얘기다. 그런데 여당은 4대강 사업예산을 챙기면서 일방적이다. 대화의 여지를 안 두는 것 같다.
▼김 의원=야당과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지난해 4대강 예산 4250억원을 삭감할 때도 청와대와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보 건설처럼 이미 60% 정도 진행된 사업을 중단하자고 하면 안 된다.
▼장 의원=재정 건전성이 걱정이다. 건전 재정이라 하기에 너무 틀을 벗어나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깎아야 한다.
-정기국회 회기 내(12월9일)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나.
▼김 의원=계수조정소위가 30~40% 정도밖에 진행이 안 됐다. 8일까지 마무리하고 9일 의결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난해엔 이견이 있는 4대강 사업만 떼어서 여야 정책위의장단이 논의하고 나머지는 예결위에서 논의키로 했다. 결국 합의가 안 됐지만.소위에서는 쟁점을 좁혀서 얘기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발언시간 제한이 없다고 계속 쟁점을 얘기한다.
▼장 의원=중요한 것은 시일 내 처리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나라살림에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두 의원이 옛날은 잊은 것 같다.
▼김 의원=그래도 소위에서 장 장관(장 의원의 마지막 공직이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다)이 마이크를 잡으면 안심이 된다. 정치적으로 다른 주장을 해도 왜 그러는지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국민보다는 지나치게 표만 의식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 의원=관료로 있을 때는 효율성과 국가경쟁력을 우선시했다. 근데 여의도에 오니까 다르더라.표가 제일 위에 있다. 예컨대 자유무역협정(FTA)만 해도 정부에 있을 때는'당연히 해야 된다'고 했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말하기 힘들다. 현장에 가면 표와 여론,지역 이익 이런 게 있다.
▼장 의원=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사업비를 나눠 분담하는 복지사업이 많다. 이 때문에 지방재정이 말이 아니다. 내 지역구인 광주 남구는 10월부터 인건비 예산이 바닥났다. 다른 재정사업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지역민들이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을 대표로 뽑았는데 그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