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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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촌 일당은 미증유의 자극을 추구하는 부자들에게 인간사냥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연고자 없는 노숙자들에게 돈을 주고 일정장소까지 도망가도록 한 다음 개까지 동원해 쫓아가며 사살하곤 불태워버리는 식이다. 참가비는 1인당 50만달러.그런데도 사냥꾼은 몰려든다.
'하드 타겟'(주연 장 클로드 반담)은 우위썬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주인공이 이기는 걸로 끝난다는 점에서 보면 단순한 오락물 같지만 내용은 이처럼 섬뜩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돈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부자들의 파렴치함을 생생하게 전한다.
비정한 건 푸촌 일당과 돈을 내고 사람을 사냥하는 이들에 그치지 않는다. 총을 맞은 채 구해달라고 애걸하는 노숙자를 도와주긴커녕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잠그고 차갑게 뿌리치는 시민들은 불쌍한 사람에게 눈꼽만큼의 동정도 허락하지 않는 도시의 냉혹함을 드러낸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벌 2세라는 이가 백주대낮에 그것도 직원들이 지켜보는 사무실에서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패고 맷값을 던져주는 짓 같은 걸 저지를 턱이 없을 테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문제 인물의 경우 몇 년 전엔 소음을 항의하는 아랫집에 야구방망이를 든 패거리를 몰고 내려갔는가 하면,눈 오는 날 지각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몽둥이찜질을 하고 심지어 사냥개로 여직원을 위협했다는 제보까지 나온다. 무법자가 따로 없는 셈이다.
이런 일을 보고도 모른체한 사람들은 괜스레 거들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겁나서였을 것이다. 영화에선 그래도 보안관이 나선 반면 우리 경찰은 이웃집에 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는데도 상호다툼이라며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돈만 주면 사람을 협박 · 모욕하고 폭행해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무법 천지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단지 무료함을 달래고자 사람을 사냥한다는,상상 밖 일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속 세상과 다를 것도 없다 싶어 몸서리쳐진다.
'왜 도덕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에 따르면 '자유란 자신의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능한 것'이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무법자로 살 권한은 이 땅 누구에게도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하드 타겟'(주연 장 클로드 반담)은 우위썬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주인공이 이기는 걸로 끝난다는 점에서 보면 단순한 오락물 같지만 내용은 이처럼 섬뜩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돈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부자들의 파렴치함을 생생하게 전한다.
비정한 건 푸촌 일당과 돈을 내고 사람을 사냥하는 이들에 그치지 않는다. 총을 맞은 채 구해달라고 애걸하는 노숙자를 도와주긴커녕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잠그고 차갑게 뿌리치는 시민들은 불쌍한 사람에게 눈꼽만큼의 동정도 허락하지 않는 도시의 냉혹함을 드러낸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벌 2세라는 이가 백주대낮에 그것도 직원들이 지켜보는 사무실에서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패고 맷값을 던져주는 짓 같은 걸 저지를 턱이 없을 테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문제 인물의 경우 몇 년 전엔 소음을 항의하는 아랫집에 야구방망이를 든 패거리를 몰고 내려갔는가 하면,눈 오는 날 지각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몽둥이찜질을 하고 심지어 사냥개로 여직원을 위협했다는 제보까지 나온다. 무법자가 따로 없는 셈이다.
이런 일을 보고도 모른체한 사람들은 괜스레 거들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겁나서였을 것이다. 영화에선 그래도 보안관이 나선 반면 우리 경찰은 이웃집에 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는데도 상호다툼이라며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돈만 주면 사람을 협박 · 모욕하고 폭행해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무법 천지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단지 무료함을 달래고자 사람을 사냥한다는,상상 밖 일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속 세상과 다를 것도 없다 싶어 몸서리쳐진다.
'왜 도덕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에 따르면 '자유란 자신의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능한 것'이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무법자로 살 권한은 이 땅 누구에게도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