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둘러싼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6일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에 응하라는 요구를 현대그룹이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7일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모여 법원 판결에 이의신청을 제기할지,약정 체결 시한을 연장해줄지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5월 현대그룹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분류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을 거부하자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만기가 돌아온 대출 연장도 중단하는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현대그룹은 이에 대해 '채권단이 공동 제재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9월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채권단은 당시 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곧바로 불복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현대건설 인수 · 합병(M&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본입찰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 외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현대건설 채권단이면서 동시에 현대그룹 채권단이어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채권단 입장이다. 현대그룹이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섰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양해각서(MOU)를 맺은 만큼 재무 리스크가 커져 채권은행들로선 여신 부실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여기에 사활을 걸고 전력을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외환은행에 재무 현황 등을 놓고 협의를 개시할 적절한 시점을 제안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체결되면 자금조달 등에서 채권단 동의를 얻어야 하고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