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평도 사건 발발 이후 기관이 외국인보다 더 믿음직해졌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4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고 이후 6일 연속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을 안정시킨 일등공신이 됐다.

코스피지수가 1950선 위로 올라서자 펀드 뭉칫돈이 이탈, 기관은 지난 2일 이후 사흘 연속 팔았지만 시장이 답답한 형국에 막히자 7일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기관은 장 초반 4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상승 물꼬트기를 시도하고 있다.

기관 중에서도 비중이 큰 투신은 펀드자금의 이동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 자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관이 상승 여력을 갖기 위해서는 개인, 그 중에서도 펀드형 자금이 증시로 유입돼야 하는데 지수가 연중 고점에 접근하면서 기관 매수세 유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지속적으로 환매된 주식형 펀드의 유출은 기관 매도로 집계하기보다는 개인자금의 유출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투신의 매수 유입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투자자금이 다시 증시로 유입돼야 하지만 아직 국내 유동성은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 외국인 매수 규모, 중국 경제성장률 등 몇몇 변수들이 명확하게 호의적인 신호를 보이기 전에는 주식형 상품을 통한 주식시장 참여를 주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다수"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추세적인 시장 강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성장하면서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던 주식시장에 비해 안정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수요가 보강되면서 지수 저점의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간접투자상품의 경우 주식형 펀드 환매로 펀드에 의한 주식 매수세는 약화됐지만 '랩'이라는 간접투자 상품이 그 자리를 메워 전체 간접투자상품 시장 규모가 위축되지는 않았다고 곽 연구원은 설명했다.

올 들어서 주식형 펀드 설정 규모는 75조원대에서 63조원대로 감소했지만 랩 계약자산이 20조원에서 32조원대로 증가했다는 것.

또 상대적으로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성향을 지닌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규모 확대로 주식 매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곽 연구원은 전망했다.

연말이라는 점에서 배당금을 겨냥한 국내 기관 매수도 기대되고 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에서 배당을 노리고 유입되고 있는 자금 규모는 약 3000억원 내외"라며 "보험투자자는 약 2000억원의 배당 관련 프로그램 순매수 여력이 있다"고 제시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펀드 수익률을 결정짓고 내년을 시약하는 시즌이라는 점에서 12월은 외국인 매매가 한산해지는 시기로 꼽히고 있다.

증시 대세 상승을 믿는 개인 자금과 지수 상승을 이끌 준비가 된 기관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을지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이유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