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연평도 포격과 재난의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온 나라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국민들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또다시 자행된 북한의 도발을 경험하면서 한반도가 언제든 국지전 또는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는,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위험지대임을 실감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해 왔을 뿐 폭발 직전의 지뢰를 내부에 품은 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북한의 만행에 분노하고,군의 허술한 준비와 무기력한 대응에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수룩한 대응을 극복하려면 단지 교전 수칙을 바꾸고 무기를 교체하는 것 이상의 것들이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재난의료시스템이다.
만약 연평도에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후방으로 이송해 치료해야 할 환자가 수백명에 달했다면 그들은 어디로 이송돼 어떻게 치료를 받았을까? 군 병원은 장병들을 치료하는 데에도 손이 달릴 것이므로 당연히 민간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병원이라고 할 지방의료원 등은 중증환자를 치료할 만한 상황이 못 되고 대학병원급의 의료기관은 대부분 민간병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민간인 환자들은 인천의료원이 아니라 인천의 사립대학병원으로 갔다.
만약 더 큰 교전이 벌어지거나 국지전으로 확대됐을 경우 민간인 사상자들에 대한 재난의료시스템은 준비돼 있는가? 각 의료기관들이 군 및 행정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뤄 유사 시 어떻게 대처한다는 프로토콜이나 대응체계에 대한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는가? 매년 시행하는 을지훈련에서 군사작전상의 매뉴얼에는 뭐라 적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선 의료기관은 이런 비상 상황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특히 전체 병상의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
지난주 '재난의료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한 한 · 일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렸다. 아이티의 지진처럼 해외 재난사태 시 응급구호 의료지원체계를 어떻게 선진화시킬 것인가가 주요 의제였지만 일본의 재난의료시스템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인 우리의 재난의료시스템을 속히 선진화시켜야 함을 절감했다. 물론 일본의 재난 의료시스템도 처음부터 완비된 것은 아니었다. 무려 6300여명이 사망했던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겪으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전 사회적으로 재난의료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이다. 일본은 현재 전국 300여개의 지역 거점 병원들에 3000여명의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이 재난의료지원팀(DMAT ·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으로 조직돼 교육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이나 해일 등 대형 자연재해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우리는 더 큰 재앙일 수 있는 전쟁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재난의료 수준은 단순한 의료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의 위기 대처 능력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재난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
국민들은 북한의 만행에 분노하고,군의 허술한 준비와 무기력한 대응에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수룩한 대응을 극복하려면 단지 교전 수칙을 바꾸고 무기를 교체하는 것 이상의 것들이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재난의료시스템이다.
만약 연평도에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후방으로 이송해 치료해야 할 환자가 수백명에 달했다면 그들은 어디로 이송돼 어떻게 치료를 받았을까? 군 병원은 장병들을 치료하는 데에도 손이 달릴 것이므로 당연히 민간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병원이라고 할 지방의료원 등은 중증환자를 치료할 만한 상황이 못 되고 대학병원급의 의료기관은 대부분 민간병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민간인 환자들은 인천의료원이 아니라 인천의 사립대학병원으로 갔다.
만약 더 큰 교전이 벌어지거나 국지전으로 확대됐을 경우 민간인 사상자들에 대한 재난의료시스템은 준비돼 있는가? 각 의료기관들이 군 및 행정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뤄 유사 시 어떻게 대처한다는 프로토콜이나 대응체계에 대한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는가? 매년 시행하는 을지훈련에서 군사작전상의 매뉴얼에는 뭐라 적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선 의료기관은 이런 비상 상황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특히 전체 병상의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
지난주 '재난의료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한 한 · 일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렸다. 아이티의 지진처럼 해외 재난사태 시 응급구호 의료지원체계를 어떻게 선진화시킬 것인가가 주요 의제였지만 일본의 재난의료시스템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인 우리의 재난의료시스템을 속히 선진화시켜야 함을 절감했다. 물론 일본의 재난 의료시스템도 처음부터 완비된 것은 아니었다. 무려 6300여명이 사망했던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겪으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전 사회적으로 재난의료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이다. 일본은 현재 전국 300여개의 지역 거점 병원들에 3000여명의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이 재난의료지원팀(DMAT ·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으로 조직돼 교육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지진이나 해일 등 대형 자연재해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우리는 더 큰 재앙일 수 있는 전쟁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재난의료 수준은 단순한 의료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의 위기 대처 능력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재난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