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나오는 외국계 증권사 UBS의 부정적인 리포트에 하이닉스가 또 발목을 잡혔다. 작년 1월 '하이닉스를 사면 안 되는 18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냈던 UBS는 이후에도 9건의 부정적인 리포트를 쏟아내 하이닉스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콜라스 고두와 UBS 연구원은 이날 '확실한 바닥이 안 보인다(No clear bottom in sight)'라는 리포트를 통해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내년 1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이며 2012년 하반기까지 실적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목표가도 증권사 평균(3만2000원)의 절반 수준인 1만7500원을 제시했다.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한때 3.13%까지 하락하다 결국 1.46%(350원) 내린 2만3600원에 마감했다.

하이닉스와 UBS의 '악연'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UBS는 작년 6월 하이닉스의 이익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연말에는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거라는 예측을 내놨지만 빗나갔다. 실적 증가 기대감으로 하이닉스의 주가가 2만원대 후반으로 상승하던 올 3월에도 "하이닉스의 이익이 작년 4분기에 정점을 찍었다"며 목표가를 2만85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낮췄다. 하이닉스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목표가를 높였던 UBS는 7월에 다시 "3분기가 정점"이라며 목표가를 조정했고,9월에는 D램 가격 하락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바꿨다. 투자의견을 바꾼 9월8일 하이닉스는 3.49% 급락하는 등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하이닉스 측은 반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내년 초 영업적자 전망은 보수적인 수준을 뛰어넘어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UBS의 이번 리포트는 D램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수요가 늘 것이란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내년 2분기부터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일반적인 전망과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독 하이닉스에 대해 부정적인 리포트를 끈질기게 내놓는 배경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공매도를 한 뒤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차익을 실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350만9400주가 공매도돼 증시에서 공매도 물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