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글로벌 제약연구소의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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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구개발(R&D) 중인 5개 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3개는 조만간 접어야 할 것 같아요. 상업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가차없이 조기퇴출시키는 분위기입니다. "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뉴런던 인근에 있는 글로벌제약사 화이자의 그로톤연구소에서 만난 한국인 연구원의 얘기다. 그는 동료 연구원들의 표현을 빌려 "그로톤 역사상 가장 피 튀기는 내부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946년 미국 정부로부터 160에이커(210만㎡) 부지를 1달러에 매입해 조성한 그로톤연구소는 R&D인력만 4000여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기업연구소다.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수 많은 히트 신약을 개발해왔지만,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고 있다. 지난해 680억달러를 들인 와이어스의 인수는 그로톤을 포함한 각 지역 화이자연구소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었다. 화이자는 그로톤과 뉴런던연구소의 통합을 결정한 데 이어 일본 프랑스 영국 등 글로벌 연구센터들의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신약 특허 만료,대체신약 개발 부진으로 성장엔진이 식고 있는 것은 화이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로버트 샤핀 그로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R&D투자비는 450억달러로 2000년 대비 두 배이상 늘었지만 신약 허가는 당시의 20여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간 R&D비용으로 91억달러(지난해 기준)를 쏟아붓는 화이자가 제약 R&D의 최대 미덕으로 통했던 '느긋함'을 버리고,파이프라인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은 현재의 경영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놓고 글로벌제약사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결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서 복제약 허가를 조기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1년 반 연장시킨 것에 만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리베이트 영업관행' 등 과거 굴레를 벗고,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동참하지 않으면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게 '그로톤'이 주는 메시지다.
손성태 그로톤(미국)/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뉴런던 인근에 있는 글로벌제약사 화이자의 그로톤연구소에서 만난 한국인 연구원의 얘기다. 그는 동료 연구원들의 표현을 빌려 "그로톤 역사상 가장 피 튀기는 내부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946년 미국 정부로부터 160에이커(210만㎡) 부지를 1달러에 매입해 조성한 그로톤연구소는 R&D인력만 4000여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기업연구소다.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수 많은 히트 신약을 개발해왔지만,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고 있다. 지난해 680억달러를 들인 와이어스의 인수는 그로톤을 포함한 각 지역 화이자연구소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었다. 화이자는 그로톤과 뉴런던연구소의 통합을 결정한 데 이어 일본 프랑스 영국 등 글로벌 연구센터들의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신약 특허 만료,대체신약 개발 부진으로 성장엔진이 식고 있는 것은 화이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로버트 샤핀 그로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R&D투자비는 450억달러로 2000년 대비 두 배이상 늘었지만 신약 허가는 당시의 20여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간 R&D비용으로 91억달러(지난해 기준)를 쏟아붓는 화이자가 제약 R&D의 최대 미덕으로 통했던 '느긋함'을 버리고,파이프라인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은 현재의 경영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놓고 글로벌제약사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결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서 복제약 허가를 조기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1년 반 연장시킨 것에 만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리베이트 영업관행' 등 과거 굴레를 벗고,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동참하지 않으면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게 '그로톤'이 주는 메시지다.
손성태 그로톤(미국)/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