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우리 회사,제품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요. 경영학에서는 이를 관여도(Involvement)로 표현합니다. 관여도란 사람들이 '특정상황이나 대상을 대할 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또는 '나와 얼마나 많은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관여도가 높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고 중요하게 지각을 한다'는 뜻이 됩니다. 소비자가 자기 회사와 제품에 대해 관여도를 높이는 것은 많은 기업들이 꿈꾸는 일입니다. 관여도를 높이는 것을 통해 기업이 어떻게 마케팅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관여도가 중요한 이유


관여도를 높이는 전략이 어떤 근거에 의해서 나왔는지 먼저 살펴보죠.미국 벌링턴대 제임스 베트만(James R.Bettman)교수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에 n개의 브랜드가 있을 때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데,선택한 것이 바로 뽑히는 게 아니라 중간단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브랜드 중에서 특정한 브랜드를 구매할 생각을 가지고서 몇 개의 후보들에 관심을 둡니다. 이것을 '고려 상표군'이라고 합니다. 자기 회사 브랜드가 선택될 확률을 따져보려면 1차적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고려 상표군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이겨야 최종적으로 선택 될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상품을 선택할 때 관여도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들을 보면 관여도에 따라 크게 '최초구매'와 '반복구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여도가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최초구매를 할 때 신중하게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개인과의 중요성이 높다 보니까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 최초구매를 하고,그것이 만족스러우면 상표충성도가 생기면서 반복구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관여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이거 한번 사볼까'라는 형태로 최초구매를 하게 됩니다. 즉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 의해서 이뤄지고,그것에 따라서 반복구매는 습관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죠.

선발주자의 경우라면 소비자들이 최초구매 이후 별 생각 없이 지속적으로 반복구매를 원할 겁니다. 반대로 후발주자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생각을 안 하면 습관적이고 관성적으로 기존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소비자들에게 어떤 특정 구매상황에 대한 관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제품에 대한 높은 관여도를 깨고 낮은 관여도 상태에서 이뤄지는 습관적 구매를 이끌어내려는 것이죠.그래서 관여도가 낮거나 없었던 자사 제품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고,결국 그 제품을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입니다.

#관여도 높이려면 이슈마케팅을


관여도를 높이는 첫 번째 전략은 이슈화를 시키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트' 마케팅 전략이었죠.길에서 브랜드를 가린 두 개의 콜라 컵을 보여주고 소비자들에게 마시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어떤 제품이 맛있는가'를 물었을 때 사람들이 '펩시콜라 쪽이 더 맛있다'고 하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코카콜라를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실제로 맛을 보면 펩시콜라가 더 좋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렇듯 공격적인 길거리 이슈 마케팅을 통해서 펩시가 콜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하이트맥주의 시장 역전 얘기죠.기존 맥주들이 '보리'를 강조할 때 하이트는 '물'을 강조했습니다. 한때 환경오염으로 물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천연 암반수'를 내세워 관여도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죠.드림카카오 같은 경우는 기존의 초콜릿에서 연상되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깨고 카카오에 함유된 항산화 폴리페놀 성분을 강조해 '웰빙 건강초콜릿'이란 제품군을 새롭게 열면서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파스퇴르 우유가 기존의 우유시장에 들어오면서 '저온살균'이란 새로운 제품 제조공법을 제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의 우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하고,거기서 파스퇴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을 효과적으로 알려준 거죠.삼성에서 3D TV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했을 때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깜짝 등장시켰던 마케팅 전략도 이슈화를 통해 관여도를 높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슈화 전략은 소비자들의 기존 제품에 대한 관습적인 구매를 저지하기 위해 자주 활용되지만,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습니다. 이슈가 된 광고 커뮤니케이션으로 '선영아 사랑해'란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영아 사랑해' 광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정작 이것이 어느 브랜드의 광고인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는 이슈에 의해서 브랜드 자체의 이름이 기억되지 못하는 '뱀파이어성 광고'가 된 것이죠.또 하나는 과거 파스퇴르 우유가 '고름우유 논쟁'이란 것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우유에 대한 관심도를 집중시켰지만,결국은 고름우유라는 말 때문에 소비자들이 우유 마시는 것 자체를 거부해 전체적인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나쁜 예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슈 마케팅을 할 때는 이슈에 의해서 브랜드의 이름이 오히려 기억되지 못하는 경우,또는 그로 인해 카테고리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제품보다 높은 관여도 찾기


두 번째 전략은 자사 제품보다 관여도가 높은 대상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진오일 지크엑스큐(ZIC XQ)입니다. 예전에는 자가용을 운전하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엔진오일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 갈아주세요"라고 했을 때 정비소 직원이 "어떤 오일로 갈아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아무거나 넣어주세요"라고 하는 정도였죠.소비자들은 엔진오일의 브랜드를 따지지 않았었죠.

그러나 지크엑스큐는 엔진오일 그 자체의 중요도나 관여도를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을 하고 운전자들이 관심을 두는 게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크엑스큐를 넣는 차는 적어도 중형차 이상의 고급차 운전자들이라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고급차를 모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엔진오일이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고급차를 지닌 소비자들은 자기 차에 조금만 상처가 나도 '이게 얼마나 비싼 차인데…'라는 식으로 반응하더라는 것이죠.지크엑스큐는 이런 점에서 힌트를 얻어 엔진오일의 성능을 강조하기 보다는 '그렇게 좋은 차를 타면서 왜 엔진오일은 아무 것이나 넣습니까' '차 값이 얼만데'라는 카피를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엔진오일을 넣을 때 지크엑스큐를 지명해서 구매하도록 유도했던 거죠.

이렇듯 이슈화나 관여도가 높은 대상을 활용해서 소비자의 관여도를 높여준다면 기존의 리더 브랜드를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관습구매 패턴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 후발주자가 자사 제품의 차별성을 효과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주제=관여도 마케팅

강사=곽준식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고려대 대학원 마케팅 석사 · 박사
△코래드 AE,리앤디디비 마케팅연구소 소장 no1marketer@naver.com





# Hi CEO는…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경영자 대상 온라인 교육 서비스로 2007년 서비스를 시작,3500여개의 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경영,리더십,재테크,문화 등 7개 채널 100여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으며,각 분야 최고 강사진 200여명이 시의적절한 지식정보를 전달한다. 콘텐츠당 10분 안팎의 영상 및 교재로 구성돼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대우조선해양 등의 단체와 기업,공공기관 리더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