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계급'의 부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창조계급이란 미국 조지 메이슨대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명명한 것으로,과학자 연구개발(R&D)인력 교수를 위시한 전문가 집단과 작가 음악가 화가 발레리나 건축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미디어아티스트 등 창조적 활동에 종사하는 예술가 집단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창조계급의 부상은 전통적 계급구조의 뿌리로부터 의미심장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함은 물론,사회적 성장 동력의 핵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명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요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53년 50억달러에 불과했던 R&D 투자가 2000년에는 2500억달러로 증가,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50년간 투자율이 800% 이상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고,동일 기간 중 특허권은 15만건에 이르러 1900~1950년 대비 250% 이상 증가하는 개가를 올렸다. 덕분에 인구 10만명당 과학기술자 비율이 1900년엔 불과 55명이던 것에서 1950년 400명,1980년 1000명을 거쳐 1999년 통계에선 1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적 활동에 종사하는 '보헤미안'의 비중도 확산돼 1900년에는 인구 10만명당 약 250명이던 것이 1999년에는 900명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 창조계급은 오늘날 전체 노동시장의 25~30%를 점유한다. 또 전통적 노동자 계급이나 서비스 계급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을 보임은 물론 생산성 및 효율성 면에서도 타계급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창조계급의 부상 이면에는 3T가 자리하고 있다는 플로리다 교수의 주장도 흥미롭다. 3T란 과학기술(Technology),유능한 인재(Talented),그리고 포용성(Tolerance)을 의미한다. 곧 창조적 역량을 갖춘 인재들은 과학기술 발전이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모여들고,그 중에서도 특별히 다양한 생활양식이 공존하는 개방적 커뮤니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직장에 다닐 것이냐보다는 어떤 생활양식을 선택할 것이냐를 더 중요시하기에,자신의 특이한 기질이나 괴짜성 등을 적극 포용해주는 커뮤니티를 찾아 나선다. '고용보장 노,스타벅스 예스(Job Security No,Starbucks Yes)'가 이들의 정서를 정확히 포착한 캐치프레이즈란 것이다.

창조계급을 특징짓는 '창조성'만큼 곡해와 거품으로 가득 찬 개념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일단 창조성과 지능지수(IQ) 사이엔 별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유념하고 보면,창조성의 구성 요소로는 우물과 우물 사이에 길을 낼 수 있는 통합 능력,더불어 높은 자신감,그리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도전정신 등이 전문가들에 의해 지목되고 있다.

나아가 창조성은 소수의 천재만이 부여받은 선물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여러 형태로 잠재돼 있는 다차원적 역량이기에,예술적 과학적 언어적 수리적 창조성 모두가 가능하다. 새삼스럽지만 천재들은 대부분이 연습벌레였음도 꾸준히 내공을 쌓아가는 경험의 가치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창조계급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는 이 시대,우리네 3T의 토양은 비옥한지 한번 점검해볼 일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창조적 인재를 배양하기 위해 획일적 인재를 국화빵처럼 찍어내는 현행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더더욱 다문화와 다인종에 대해 개방성과 포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우리네 풍토의 체질개선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모두의 중지를 모을 때인 듯하다.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