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0억원 대 6조5000억원'

연말 예산 국회의 최대 쟁점인 4대강 예산 삭감 규모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다. 지난 2주간의 예산심의는 15배에 달하는 액수차만큼 여야 간 간극만 확인한 자리였다. 결국 여야 간 실력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한나라당은 7일 예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법안심사 기일을 지정,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기국회 폐회가 이틀밖에 남지 않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9일 본회의 처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도 비공개로 갖고 의원 전원에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금부터 초읽기에 들어가는데 모든 게 전략이라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예결위 표결 강행 여부와 관련,김 원내대표는 "예결위 상황까지는 위원장에게 맡기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예결위 의원들은 "야당이 연평도 정국으로 4대강 공세가 먹히지 않으니 소위 준법투쟁,현미경 심사를 통해 4대강 공세를 이어가려는 불순한 동기가 있다"며 표결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어차피 민주당과 4대강 예산 절충이 불가능한 만큼 '속전속결'로 예산안을 마무리하자는 강경파와 야당 반발을 고려해 일단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15일께 처리하자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숫자로 밀어붙일 경우 예결위부터 몸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예산심사를 보이콧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새벽까지 심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심사기일을 지정,단독 강행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예산안 내주 합의처리에 동의하면 임시국회에 응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입장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4대강의 보 준설사업을 맡은 수자원공사의 4대강 예산 3조8000억원을 국회에 먼저 가져와야 한다"고 맞받았다. 민주당도 이날부터 한나라당의 예결위 표결 강행에 대비,비상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상정 예정인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안도 변수다. 한나라당은 내년 1월 파병을 위해서는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연평도 사태로 제 안방이 초토화됐는데 한가하게 남의 나라 공사현장을 지켜주기 위한 특전사 파병이 말이 되느냐"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파병 단독처리를 놓고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한 것도 이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만 처리한다고 말한 것을 꼭 기억해 달라"며 예산안 합의처리를 거듭 당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