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이랜드 스포츠사업부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독일 푸마 본사가 "2008년부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며 이랜드에 줬던 국내 사업권을 회수했기 때문이었다.

이랜드가 푸마 측과 국내 사업권 계약을 맺은 것은 1994년.당시 연매출 100억원(판매가 기준)에도 못 미쳤던 푸마는 '한국 패션업계의 실력자'로 꼽히는 이랜드를 만나면서 10여년 만에 연매출 1800억원의 브랜드로 성장했던 터였다.

공들여 키운 브랜드를 졸지에 빼앗긴 이랜드 스포츠사업부 직원들은 '푸마가 한국에서 성공한 건 이랜드를 만났기 때문이었음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푸마의 대항마로 2008년 초 미국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사진)를 들여왔다.

이랜드는 푸마를 판매하면서 쌓은 영업 및 마케팅 노하우를 뉴발란스에 그대로 적용했다. '백화점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뒤 가두점으로 확대하는 일반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가두점에서 기반을 닦은 뒤 백화점에 입점하는 전략을 썼다. 공격적인 출점전략을 통해 70개 안팎이던 점포 수를 150개로 확대했다. 마침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가수 이효리 등 '시대의 아이콘'들이 '자발적'으로 뉴발란스를 신은 모습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공개돼 운도 따랐다.

덕분에 2008년 260억원이었던 뉴발란스 매출은 지난해 650억원으로 늘어났고,올 들어선 11개월 만에 1500억원을 돌파했다. 연말 특수를 감안하면 올해 매출은 1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매출을 7배로 늘린 것.푸마를 내주면서 잃어버린 매출을 뉴발란스로 되찾은 셈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