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민주당의 친환경무상급식 조례 통과를 몸으로 막아섰다. 7일에는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여야간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누가 소수당인가에 따라 막는 쪽과 통과시키려는 쪽의 정당만 다를 뿐이다. 물리적 충돌은 국회뿐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갈등법안의 의결을 위한 의례적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상급식에 관한 여론도 갈라져 있고,워낙 양측의 입장이 강경해서 좀처럼 합의를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 의회와 서울시장 공히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예전엔 행정의 수장과 의회가 서로의 권력을 '견제'한다고 보았지만,최근 들어서는 권력의 '공유'라는 관점이 강조돼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행정과 의회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추세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에 관한 서울시장과 서울시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입장 차이는 표면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민주당 시의원들은 전면적 무상급식이 급식으로 인한 차별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며,오세훈 시장은 제한된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이견의 본질이라면 해결책은 쉽게 제시될 수 있다. 당장이라도 무상급식자들이 공개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은 정치이념의 차이에 있다. 서울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두 번의 경제위기 이후 국민들은 복지에 대한 국가역할을 크게 기대하게 됐다. 따라서 국가가 지원 가능한 복지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이번 무상급식 문제의 핵심이 된다. 다시 말해서 무상급식과 관련된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복지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라면 서울시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중요 이슈로 다뤄지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투표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전문가들은 복지라는 화두의 등장과 함께 향후 정치적 중요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는 중요한 사회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지만 현재 전개되는 양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무상급식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상급식 찬성비율이 압도적이지만,질문 항목을 살펴보면 공정하게 여론을 수렴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다수의 설문이 무상급식의 찬반만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답변문항에 무상급식으로 인해 다른 예산의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함께 알려준다면 찬성 비율은 분명히 낮아질 것이다. 좀 더 균형 잡힌 설문으로 여론을 조사하는 객관성이 요구된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하는 까닭은 단순히 구성원이 많아서 고전적인 직접민주주의를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소수의 대표를 선출해 이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장기적이고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결정하길 기대해서다. 복지 관련 이슈는 직접적 수혜자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여론의 향배만을 따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욱이 여론을 정확히 수렴조차 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치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확인하고 싶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의료,노령층 등 향후 복지확대를 위한 단계적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서울시장은 복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선택적 복지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하고 동의받았는지 알고 싶다.

이현우 < 서강대 교수·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