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유럽의 럭셔리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반납했다. 중국에서 고급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문량이 대거 밀렸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12월 한 달을 크리스마스 휴가로 보내야 했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는 중국 효과로 주말에도 추가 근무반을 짜야 할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BMW는 독일 딩골핑과 라이프치히 공장의 조업을 크리스마스 당일만 제외하고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BMW 관계자는 "뮌헨과 레겐스부르크 공장은 3일 동안 문을 닫지만 이것도 시설을 재정비하는 등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대거 밀린 주문을 충당하기 위해선 연말에도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도 주문이 밀려 오는 23일까지 유럽지역 공장들을 계속 가동할 방침이다. 독일 카셀에 있는 부품공장은 아예 크리스마스 연휴를 통째로 반납해야 하는 형편이다. 올해 BMW와 폭스바겐은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인 140만대와 700만대를 각각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다임러도 지난해엔 12월 초부터 휴가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1주일만 쉰 후 내년 1월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할 계획이다. 이 회사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느는 등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은 독일 뤼셀스하임과 스페인 사라고사,영국 엘즈미어포트 공장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1주일 줄이고 일부 공장에서는 추가 조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주문량이 급증한 것은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은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아우디와 BMW도 각각 54%와 69% 급증했다. 유럽 시장 판매량이 각국 정부의 보조금 철회와 재정위기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5.6% 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에서는 백만장자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300만~900만위안(5억1700만~15억5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고급 세단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에 따르면 중국 고급 세단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폭스바겐의 벤틀리는 올 들어 10월까지 569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2대에 비해 71%나 늘어났다.

점유율 2위인 영국 롤스로이스는 홍콩과 중국에서 판매실적이 지난해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500대를 기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