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대형주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춤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코스피지수도 상승하고,하락하면 지수도 빠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옵션만기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선 대형주의 강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주는 뛰는 반면 중소형주는 좀체 힘을 못 쓰고 있다. '11 · 11 옵션쇼크',북한의 연평도 포격,중국의 긴축 등 악재를 거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대형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전자에 휘둘리는 증시

코스피지수는 8일 6.80포인트(0.35%) 내린 1955.72에 마감했다. 장중 197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상승세를 지켜내지 못했다. 개장 직후 상승 흐름을 타던 삼성전자가 1.44% 하락하며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영향이 컸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전자가 강한 반등세를 보인 지난 2일부터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에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2일 삼성전자가 4.76% 급등하자 지수도 1.09% 뛰었다. 반면 6일 삼성전자가 0.45% 하락하자 코스피지수는 0.18% 조정을 받았다. 단 하루도 예외는 없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2~7일 19조원가량 불어났는데,이 역시 삼성전자로 설명된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의 시총 증가액이 약 12조원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최근 증시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주 독주'로 요약된다. 지난달 말 1881.39였던 대형주지수는 이날 1941.48로 마감돼 이달 들어서만 3.2% 뛰었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는 0.3% 하락했고,소형주지수는 0.5%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여파로 유가증권시장의 20일평균 등락비율(ADR)도 2일 81.65%에서 계속 하락,이날 77.09%까지 떨어졌다. 등락비율이란 상승 종목 수를 전체 종목 수로 나눈 것으로,이 비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소수의 종목만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 불안심리로 대형주 선호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독주 현상에 대해 일각에선 9일로 예정된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을 의식한 투자 패턴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옵션만기일 당시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을 쏟아낸 도이치증권 창구로 이날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대한 매수 주문이 대거 들어온 것도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만기일 전에 매수차익거래(현물 매수+선물 매도)를 통해 주식을 쌓아뒀다가 만기일에 한꺼번에 청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만기일을 내다본 것이라면 외국인이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업종 구분 없이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야 하는데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금융주 등 소수 종목만 선별적으로 산다"며 "지난달 만기일 이후 외국인의 차익거래도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대형주 강세의 주요인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중국 긴축,북한 도발 등 이른바 '3대 악재'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투자자들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다"며 "안정적인 대형주에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원래 경기사이클이 상승 흐름을 탈 때는 중소형주가 따라붙게 되지만 지금은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통과하는 과정이어서 대형주들이 먼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당분간은 IT · 금융주 중에서 이익 전망이 좋은 대형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