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에 투자해서는 돈만 벌면 그만일까? 기업의 가치와 윤리는 상관없을까?

해충의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농업 제품 판매업체인 세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세실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횡령설로 주가가 최근 급락했다.

그런데 2대 최대주주인 국내 대표적 자산운용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최근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세실은 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서 "대표이사 김헌기와 이사회 의장 이원규에 대해서 보조금 편취 등의 혐의로 수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세실의 주가는 전날보다 5원(0.18%) 오른 2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럼에도 신고가인 1만2000원 대비 76.7% 하락한 수준이다.

세실은 최근 들어 대표이사의 횡령과 실적정정 공시 등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눈총을 받았던 종목이었다. 주가는 지난 3일 9.15% 급락한데 이어 6일과 8일에는 하한가로 떨어지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세실은 지난 7일 장후공시에서 2009년과 2010년의 영업실적을 이익에서 손실로 정정하는 공시를 발표했다. 9월 결산법인인 세실은 이번 사업연도(2009년 10월1일~2010년 9월30일) 매출이 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92.8% 증가했지만 1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1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지분을 전략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밸류는 10월 들어서만 100만주 넘는 세실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한국밸류는 101만5261주(8.25%)를 10월에 집중적으로 전량 장내 매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0년 투자펀드'가 대표적인 펀드 아니냐"고 반문한 뒤 "장기적으로 유망하고 가치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운용사가 2대 주주인 점도 참고해 투자했는데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정황으로 미뤄보면 '먹튀'('먹고 튄다'는 증시 은어) 아니냐"고 역설했다.

이같은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측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세실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을 매도했다는 주장이다. 주식을 내놓았던 기간도 세 달여에 거쳐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밸류 관계자는 "한 언론사가 지난 7월말께 보도한 '천적곤충 보조금이 내년에 폐지된다'는 기사를 보고 국내 천적곤충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판단해 지난 8월6일부터 매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세실의 중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보유지분을 처분했는데, 실적부진이나 대표의 횡령 소식까지 전해져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중 자산운용사를 추종하면서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운용사만큼의 정보력을 따라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