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창업 이후 50년 연속 흑자.연매출 15조원.현금과 주식 보유액 12조원.경영방식을 배우기 위해 수천명의 경영자들이 연구하는 기업.그러나 정작 창업자는 어릴 적 심하게 병을 앓은 약골이었고,지연 혈연 학연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경영자다. 어딜까.

교세라다. 이 회사는 여러 면에서 중소기업의 관심을 끈다. 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컸을 뿐 아니라 철옹성인 대기업과 관료 집단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28명으로 시작한 교세라의 종업원은 현재 약 6만명에 이른다. 매출은 1조1285억엔(2009년 3월 결산기준)에 달한다. 창업한 지 50년 만에 종업원은 2000배,매출은 4만배 이상 늘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기술력이다. 이 회사의 제품 구성은 각종 세라믹 부품이 절반을 차지하고 기기가 40%,나머지가 약 10%를 점한다. 이 중 휴대전화용 수전발진기,세라믹 패키지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위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세라믹 필터는 한국의 한 대기업이 5년 동안 도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이런 뛰어난 기술을 토대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모노즈쿠리'라고 한다.

둘째,제대로 된 교세라맨을 양성한 것이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인생과 일의 성공방정식'을 창안했다. '인생과 일의 결과=사고방식?C열의?C능력'이라는 것이다. 이 중 능력과 열의는 각각 0~100까지의 값을 갖는다. 플러스 개념이다. 반면 사고방식은 마이너스 100에서 플러스 100까지의 값이 있다. 사고방식이 마이너스면 능력과 열의가 출중해도 결과는 마이너스다.

"50년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것은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열정을 바쳐 일했기 때문"이라고 교세라는 분석한다. 이게 바로 '히토즈쿠리'다. 정신상태가 바로 박힌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월드 클래스 중소기업으로 꼽히는 히가시오사카의 아오키와 하드록,아테쿠토 역시 이 두 가지를 중시한다.

정밀금속 가공을 통해 혈관확장재인 스텐트와 항공기부품을 만드는 아오키와 풀리지 않는 이중(二重) 너트를 만드는 하드록,반도체 포장용 테이프 등을 만드는 아테쿠토는 모노즈쿠리의 간판기업들이다. 이들은 제품 생산에 앞서 직원들이 심신을 수련하도록 한다. 하드록은 아침마다 "사회는 우리 회사를 위한 도량(道場)이며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의 스승이다"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친다.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한국의 무역수지는 순항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무역흑자는 355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대(對)중국 흑자가 370억달러,대미 흑자가 75억달러였다. 하지만 대일무역적자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어 이 기간 중 무려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과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일본 수출의 튼튼한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월드 클래스 기업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무역역조의 상당 부분을 기계 · 부품 · 소재가 차지하는데 이 중 완제품은 대기업이 만들고,그 속의 부품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제조한다. 따라서 일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어떤 모노즈쿠리와 히토즈쿠리 정신을 갖고 뛰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무역역조 시정노력은 백년하청에 그칠 수도 있다.

특히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이 몰려 있는 히가시오사카와 교토 기업들을 연구하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