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사는 얼마 전 선하증권(BL)을 분실해 부도 위기를 맞을 뻔했다. 수출 물품을 선적하고 해운업체로부터 받은 BL을 은행에 제출,수출 대금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퀵서비스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원본이 사라져 버렸다. A사 대표는 거래은행 지점장을 찾아가 대출 상환을 늦춰 달라고 사정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이 같은 비용 낭비를 해소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전자무역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국가전자무역시스템(uTradeHub)을 통해 선적부터 수출대금 회수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5년 내 약 1666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무역 시대 활짝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는 9일 '전자무역 e-네고 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선도기업 20개사를 선정했다. 삼성전자,현대 ·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과 경인양행 · 지수어패럴 등 중소기업, 한진해운 유코카캐리어스를 비롯한 해운업체들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신용장 매입 건수가 가장 많은 100대 기업 중 e-네고 시스템 도입 의사가 있는 회사들을 뽑았다"며 "이들을 통해 유관기관 및 거래업체의 전자무역 도입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자동차 분야 1위 기업인 삼성,현대 · 기아차가 전자 무역 시스템을 주도하면 그 아래에 있는 수만개에 달하는 1,2,3차 협력업체로 시스템이 확산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부는 선도기업에는 전자무역 도입에 필요한 무역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컨설팅과 연계 솔루션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유트레이드허브 이용 비용도 50% 할인해준다. 무역협회는 앞으로 선도기업을 100개까지 늘려갈 방침이다.

◆전자무역 시대 뭐가 달라지나

전자무역이 도입되면 일단 수출 과정에서 종이문서가 완전히 없어진다. 신용장 매입에 필요한 선적서류의 경우 품목에 따라선 수천장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자원 낭비가 심했다. 해운업체로부터 BL을 받거나 은행에 매입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의 운송 사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업과 은행,해운업체뿐 아니라 관세청,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과도 시스템이 연계돼 있어 관세 수취나 회계 처리 과정이 투명해진다. 원산지증명서나 구매확인서의 경우도 '유트레이드허브'에서 온라인으로 바로 받을 수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선도업체로 선정된 현대차의 경우 연간 113만장 이상의 종이를 절약하고 현재 선적 후 수출대금 수취까지 5~6일 걸리던 것을 2~3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지금까지의 전자무역은 업무 단위가 개별 기관별로 자동화가 이뤄졌으나 e-네고 시스템은 수출업무 전 과정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전자무역을 계속 확산해 우리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