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 가격이 t당 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로 뛰어올랐다. 미국의 달러공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펀드 자금이 전기동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은 물론 2012년에도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조달청은 겨울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전기동 재고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향후 중국 산업수요 및 전 세계 투자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내년엔 최고 t당 1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전기동 3개월물은 8일(현지시간) t당 9015달러로 장을 마감,9000달러 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 하반기 들어 37.8% 오른 것이다. 전날 장중엔 904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시장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동 3개월물은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파운드당 1.2% 오른 4.1005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9일 종전 최고가(4.043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일부 비철금속이 조정을 받은 이날 전기동이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펀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영국 금융당국이 전기동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최근 허용한 데 이어 전기동 지수펀드가 10일 런던증시에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JP모건이 가격 상승을 예상해 LME 내 전기동 재고의 상당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동이 다른 비철금속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동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조달청은 9일 '2011년 금속시장 전망' 세미나를 갖고 내년 전기동 최고가격이 t당 1만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복거성 조달청 원자재시장분석실장은 "고품질의 구리 광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리 광산에 대한 신규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로 원자재 ETF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기동 사용량이 가장 많은 중국의 수요가 지난해 599만t에서 올해 704만t으로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엔 752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복 실장은 덧붙였다.

겨울 비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내년 전기동 가격 강세 전망의 배경이라고 조달청은 설명했다. 황영수 조달청 책임연구원은 "8일 현재 LME 전기동 재고는 6만8779t으로 6개월 새 33% 감소했다"고 말했다. 내년과 2012년에도 각각 50만~80만t가량의 전기동 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