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9일 2000선에 다가서며 3년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수와 개별주식 선물 · 옵션 만기가 겹치는 '네 마녀의 날'을 맞아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도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지수는 33포인트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중국 긴축 등 해외 악재의 영향력은 약해진 반면 실물 경기지표가 살아나고 있어 증시는 연내 '2000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호전될 경우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가 다시 증시 상승을 이끄는 주역으로 나설 것이란 의견이 많다.


◆외국인 현 · 선물 1조원 이상 순매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1.70%(33.24포인트) 오른 1988.96에 마감해 지난달 10일의 연중 최고치(1967.85)를 갈아치웠다. 2007년 11월9일(1990.47) 이후 가장 높다.

소폭 상승 출발한 지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감 30분을 남기고 상승폭을 키우더니 장 종료 10분 전 동시호가 거래에서만 프로그램에서 4000억원이 넘는 순매수가 유입돼 막판 8포인트가량 뛰어올랐다. 지난달 옵션만기일에 장 막판 외국인의 매물 폭탄으로 지수가 급락한 것과 달리,이날은 거꾸로 외국인이 대량 매수로 지수 급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개장 초부터 선물을 사들임에 따라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아지자(고평가 되자) 선물을 팔고 현물 주식을 사는 매수차익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 지수 상승을 촉발했다. 외국인은 선물 7408억원,현물 주식 3340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프로그램은 5900억원 매수우위로 마감했다.

대형주에 집중되는 프로그램 매수가 대거 쏟아진 영향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급등세를 탔다. 삼성전자가 3.27% 상승한 91만70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대모비스(31만4000원) 기아차(5만2300원) 등 유가증권시장에서 12개 종목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시가총액도 1105조49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IT 자동차 은행 등 경기민감주 주목

유럽 재정위기,중국의 긴축,북한 리스크 등 '3대 악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데다 '네 마녀의 날'까지 무사히 통과하자 시장의 관심은 실물경기와 기업이익 등 펀더멘털(내재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IT 자동차 은행 등 경기 민감주가 연말 증시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악재에도 시장이 큰 조정 없이 상승세를 지켜온 것은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2000선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기선행지수와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내년 초면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동성뿐 아니라 경기도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의 힘으로 단기 급등했지만 추가 상승을 이끌 만한 재료가 별로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말 증시 주도주에 대해 이 팀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과 밀접한 IT와 자동차주,내년 국내 경기 호전의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과 건설주를 꼽은 반면 김 팀장은 IT와 함께 정유 기계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박해영/김동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