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초봉 월급이 얼마인지 아세요. 과거 실수령액 기준으로 500만~60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300만원까지 낮아졌습니다. 변호사 시장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에요. "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만난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65)은 최근의 변호사 시장 동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변호사들은 연금이나 퇴직금이 없는 데다 자영업자의 특성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기 때문에 돈 쓸 일이 의외로 많다"며 "변호사라는 직업이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법률 시장에서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업계가 최악의 불황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회원 변호사들의 월 평균 수임건수(소액사건 제외)는 2008년 1.37건,2009년 1.61건에서 올해 1건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개인 변호사가 수지를 맞추려면 월 평균 3~4건을 수임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변호사가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 1월 수료한 사법연수원생들 981명 가운데 아직도 취업을 못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 불황까지 겹치자 '덤핑 수주경쟁'이 다반사다.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소송가액 300만원짜리 사건을 수임해 가기도 한다"며 "예전에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이 1000만원짜리 미만이면 경위서를 쓸 정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로스쿨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껴 자퇴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각 대학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104명이 스스로 학업을 포기했다. 서울대(5명) 고려대(4명) 연세대(5명) 등 상위권 로스쿨에서도 자퇴자가 생겨났다. 지난 8월 연세대 로스쿨을 자퇴한 A씨는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로스쿨에서 3학기 동안 들인 시간과 돈을 모조리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남대 로스쿨의 한 2학년생은 "변호사 자격증을 과거처럼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보는 학생은 많지 않다"며 "기업 입사나 승진 때 유리한 스펙으로 삼거나 노후 대비 차원 정도로 여기는 학생들도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