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미국 외교기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처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온 국가의 지도자들이다.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9일 "미국 정부의 외교 전문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어산지를 체포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어산지의 체포 및 구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산지가 외교 전문을 공개한 사실을 탓할 게 아니라 그런 문건을 만든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총리도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구금된 것을 두고 '비민주적'이라며 서방 국가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자신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관료국가의 우두머리(알파 독)로 묘사한 외교 전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산지를 왜 감옥에 숨겨야 하느냐.이것이 민주주의인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비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수장은 "민간기업에 위키리크스에 대한 기부금 제공과 웹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압력이 가해진다는 보도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해커 모임인 '익명(Anonymous)'그룹은 위키리크스에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 아마존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대형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은 워낙 서버 용량이 커서 해커들이 트래픽(접속량)을 갑자기 늘리는 디도스(DDos) 공격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에선 전날 마스터카드의 웹사이트를 공격해 다운시킨 혐의로 16세 소년 해커가 체포됐다. 또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익명'그룹이 개설한 계정을 폐쇄했다.

한편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뉘헤테르(DN)는 어산지의 운영 방침에 불만을 품고 위키리크스에서 탈퇴한 조직원들이 다음 주 또 다른 폭로 사이트인 '오픈리크스(Openleaks)'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위키리크스와 마찬가지로 내부고발자들이 기밀정보를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만 전달받은 정보를 직접 공개하는 대신 언론과 비영리기관,노동조합 등이 시스템에 접속해 기밀정보를 검토,보도하게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