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내놓은 내년 경제 기상도는 '대체로 맑음'이다. 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낮아지지만 경기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게 한은의 진단이다. 소비 수출 투자 등의 증가율 역시 올해보다는 못하지만 견조한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다만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한은은 우려하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한은의 이 같은 전망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북한 리스크와 유럽의 재정위기,중국의 긴축 등 각종 불안요인들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4.5%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올해 6.1%에 비해선 수치상 큰 폭으로 낮아졌다.

한은은 하지만 경기가 꺾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4.5%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성장률 평균 수준에 근접하는 것"이라며 "내년엔 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경기흐름이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기별 성장률은 상반기 3.8%(전년 동기 대비),하반기 5.0%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7.6%) 및 하반기(4.6%)와는 반대다.

전기 대비로는 내년 상반기 1.2%,하반기 1.5%로 전망됐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상반기 중 재정 조기집행 규모가 줄고 하반기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그러나 3.5%로 예상되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년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경제가 정상 궤도에 있을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이었지만 이보다 0.5%포인트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3.5%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중기물가안정 목표치의 중심선(3%)을 웃도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엔 소비자물가가 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올해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임금과 전세 가격 상승 및 TV 수신료 인상 전망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불확실성 여전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5%에 비해선 낮은 것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4.5%,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3%,한국개발연구원(KDI) 4.2%,현대경제연구원 4.3%,LG경제연구원 4.0%,삼성경제연구소 3.8%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보다는 높거나 같은 수준이다. 민간 연구소들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다.

한은과 민간 연구소의 경제 전망 차이는 내년 세계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각각 3.6%와 3.3%로 잡고 있는 반면 한은은 4.0%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세 둔화와 중국의 긴축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민간 연구소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이 같은 인식 차이는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 차이로 이어진다. 한은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을 6.5%로 보고 있지만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 훨씬 낮은 4.9%와 4.5%로 제시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등을 감안하면 내년 국내 경제 둔화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하겠지만 대외불확실성을 감안해 점진적인 인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