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정기국회가 막을 내림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연말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 대치로 12월 말까지 국회에 발이 묶여 있었던 2008년, 2009년과는 달리 20여일의 자유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상당수의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역구 올인형이다. 19대 총선이 사실상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역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하루에 최대 15개 정도의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할 정도다.

서울지역 한 의원의 개인일정표는 분 단위로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 오전 6시30분 조기축구회 참석을 시작으로 새벽 2시까지 김장담그기 행사,지역 주요기관 회장 이 · 취임식 및 망년회 등 하루 평균 13~14개의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 의원은 "하루에 저녁을 서너 번 먹는 것은 다반사"라며 "비슷비슷한 지역행사에 어느 것은 가고 어느 것은 빠지게 되면 나쁜 소문이 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 최대한 참석하려 한다"고 밝혔다.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차기 대선주자들의 캠프 참여를 고민하는 '캠프 물색형' 의원도 적지 않다. 지역구 의원보다 차기 대권 구도에 따라 자신의 공천에도 영향이 많은 비례대표 의원들과 계파색이 뚜렷한 의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한 여성 비례 의원은 최근 대선주자군 두 군데서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한 경력 때문에 여성조직을 이끌어 달라는 요청이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 측과 김문수 경기도 지사 측에서 동시에 지원요청을 받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파에 속한 의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군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은 학계 재계 언론계 등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캠프를 만들기 위한 조언을 구하고 조직관리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일부 스타 의원들과 상당수 비례대표 의원들은 외부강연과 각종 행사 참석 등에 열을 올리는 '행사 올인형'이다. 정치인으로서 대중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차기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행사나 지역대학 강연 등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어 차기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