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를 주관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조만간 입찰 조건을 담은 투자안내서(RFP)를 인수의향서(LOI) 제출 기관들에 보낼 예정이다. 당초 예정보다 1주일 이상 늦어진 만큼 예비입찰 시한도 오는 20일에서 연말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관심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실제 이뤄질지에 쏠려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유효경쟁 여부다. 공자위는 경영권에 대한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입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다. 따라서 예비입찰 때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사모펀드가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공자위,"28.5% 매각도 가능"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10일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유효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까지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기관은 11곳이다. 하지만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곳은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외에 아직 뚜렷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위 관계자도 "일부 지분을 매각하려고 입찰하는 게 아니라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관건"이라며 "경영권에 대한 경쟁입찰이 유효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재입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자위는 경영권 매각을 위한 최소 지분을 28.5%로 잡고 있다. 이 경우 예보가 28.47%를 갖게 돼 2대 주주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알려진 8조원이 아니라 4조원만 자금을 마련해도 된다는 얘기다.

◆유효경쟁 이뤄질까

유효경쟁 성립의 관건은 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와 칼라일(미국) 맥쿼리(호주) 어피니티(홍콩) 등 외국계 사모펀드(PEF)들이다. 만약 예비입찰 전까지 이들 중 1곳 이상이 경영권 인수 최소 지분인 28.5% 이상을 인수키로 한다면 확실한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5~10%씩 인수하는 '사모펀드 컨소시엄'도 만들어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칼라일과 맥쿼리는 경영권 인수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외국계 투자자들이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지 않을 경우 공자위가 우리금융 측의 2개 컨소시엄을 '유효경쟁'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공자위 관계자는 "경영권을 인수할 다른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경쟁입찰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독자 민영화 수순인) 수의계약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이 납득할 만한 유효경쟁'이라는 단서를 감안하면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 KT 참여할까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를 지지하는 컨소시엄에 포스코 · KT ·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참여할지도 관심이다. 공자위에 따르면 3개 기관은 모두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에서는 이들이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확고히 밝혔다며 구체적인 참여 액수까지 거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이들 기관이 대규모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와 국민연금은 가급적 참여하지 않고,하더라도 '체면치레'하는 수준에서 그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