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을 검찰에 고발하고 현대그룹은 양해각서(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냄에 따라 현대건설 채권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소송 등을 통해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면 현대그룹으로부터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오는 14일까지 현대그룹에 자금 출처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현대그룹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9개 채권은행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MOU 해지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MOU를 해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 현대그룹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당하고 반대의 경우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추가 소송을 당할 수 있어 부담이 클 것"이라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소송을 건 것에 대해 법률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살펴보겠다"며 "우리는 현대건설 매각 절차를 투명하게 이끌고 있다"고 항변했다.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에도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때까지 채권단이 주도해 진행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채권단이 대출계약서 등 대출의 세부 조건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단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매각 작업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외환은행 등 현대그룹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계속해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거부하자 13일께 법원에 가처분 신청 인용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원은 9월 신규 여신 중단 등 채권단이 내린 제재를 풀어 달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인용결정을 내리면서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채권단은 27일까지 약정 체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현대그룹은 약정 체결이 필요한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