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나집 툰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10일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협 업그레이드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 것에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석유와 가스 탐사 · 생산 및 제3국 공동진출,녹색 · 바이오 · 정보통신 기술,원자력 산업,태양에너지,전기차,방위산업 등 거의 모든 경제 분야에서 경협을 확대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말레이시아가 포함된 아세안(ASEAN · 동남아국가연합)10개국과 2006년 FTA를 체결했다. 그렇지만 개별 국가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와 양자 FTA를 추진,문호를 더 개방해 상호 교역과 투자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와 FTA 체결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일본,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했으며 호주 미국 인도 등과 협상 중이다. 중국과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세안 차원에서 FTA를 체결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중국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기업의 말레이시아 투자는 단순 제조업 중심에서 정보통신 금융 에너지 · 자원 분야로 다원화되고 있다"며 "기존의 한 · 아세안 FTA와 별도로 말레이시아와 개별 FTA를 체결하면 우리에게 더 큰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정부는 민 · 관 공동 연구를 비롯한 FTA 체결 준비를 위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FTA가 체결되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올해 160억달러에서 2020년 세 배 이상인 5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나집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석유 · 가스 제3국 공동진출 협력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위해 적극 나섰다. 양국 정상은 핵기술과 한국형 스마트 핵원자로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원전 건설을 위한 대국민 설득 작업과 함께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양국 정상의 이 같은 합의로 말레이시아 원전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개발한 스마트 원전은 안전성이나 효율성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나집 총리는 "한국형 스마트 원전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 · 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은 지난 32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가 없었으며 원전 이용률이 세계 최고인 92% 수준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