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법정싸움 격화] "MOU 해지 가능한가"…법원 가처분 결정이 최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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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 14일까지 나올 듯
입찰 참가자 모두 채권단 불신
잇단 소송에 매각 장기화 우려
입찰 참가자 모두 채권단 불신
잇단 소송에 매각 장기화 우려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입찰 주관사인 외환은행 등을 믿지 못하겠다며 경쟁적으로 소송을 내면서 현대건설 매각 절차 진행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의 출처 확인을 놓고 불거진 마찰이 결국 3자 간 법정 공방으로 넘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매각 주체인 채권단 사이의 마찰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원칙과 절차에 대한 상호신뢰가 무너진 만큼 정상적인 인수 · 합병(M&A) 진행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외환은행 손배소 청구
현대차컨소시엄은 10일 외환은행의 실무 담당자 3명을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하고 이들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입찰 참가자가 매각 주관기관과 실무 담당자를 못 믿겠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차 측의 손배소 제기는 지난 9일 외환은행 등이 현대그룹에 요청한 대출증빙 서류 요건을 변경한 것으로 밝혀진 게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등은 1조2000억원 출처증빙을 위해 처음엔 대출계약서를 제출토록 했으나,이후 '대출계약서 또는 구속력 있는 텀시트(term sheet · 세부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로 요건을 바꿨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엉뚱한 서류로 버티기 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외환은행이 지난달 29일 정책금융공사 등의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을 때도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과 정치권에서 1조2000억원이 정상적인 인수대금으로 쓰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와중에 외환은행이 독단적으로 MOU를 맺은 것은 원칙과 정도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대그룹,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
현대그룹은 이날 채권단과 맺은 현대건설 주식매각 MOU 해지금지 등에 관한 가처분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채권단이 오는 14일까지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출처 증빙을 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자,소송을 통해 정면 대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이 정상적인 매각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MOU 해지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에 대해 "전례가 없는 무리한 것으로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시한으로 정한 14일 자정까지 대출서류를 내지 않으면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어 MOU 해지를 포함한 후속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주인찾기 어떻게 되나
금융권에서는 입찰 참가자 모두가 입찰주관사를 불신하는 최악의 국면인 만큼 정상적인 매각절차 진행이 힘들어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으로선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현대그룹은 대출증빙 서류를 14일 자정까지 내지 않더라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본계약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대그룹이 대출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15일 이후 채권단 회의에서 MOU 해지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후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정해 매각절차를 진행할지,아니면 매각작업을 백지화하고 추후 재매각에 나설지는 예단키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나 현대그룹과 매각작업을 진행하든,매각을 무산시키든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자칫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채권단으로선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