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까지 꺼내 든 부부싸움 끝에 보험에 가입된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부부싸움 도중 사망한 남편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A(37ㆍ여)씨가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수익자인 A씨가 피보험자인 배우자의 사망을 바라지는 않았다 해도 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고를 발생시킨 만큼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을 면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두 자녀를 둔 A씨는 2008년 5월 강원 동해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앞니가 부러지자 남편의 귀를 깨물었다.

귀에서 피가 난 남편이 흥분해 A씨의 목을 조르며 계속 폭행하자, A씨는 싱크대에 있던 흉기를 꺼내 가까이 오지 못하게 위협했고 이에 남편이 "죽여봐라, 안 죽이면 네가 죽는다"고 하자 흉기로 남편의 심장 부위를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상해치사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남편은 A씨 등을 보험수익자로 해 총 2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A씨는 보험 채권 일부를 자녀들에게 양도하고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이 "보험자 면책이 되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