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에 전자음악…요즘 인기 코드는 장르 믹스"
SM,JYP,YG 등 국내 3대 음악기획사의 아성에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올해 골든디스크상 디지털음원 대상을 받은 2AM의 '죽어도 못 보내'를 프로듀싱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38 · 사진)다.

"발라드에 전자음악…요즘 인기 코드는 장르 믹스"
그가 작사 · 작곡한 '죽어도 못 보내'의 음원은 올해 단일 곡으로는 가장 많은 1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2000년대 들어 음악시장이 3강 체제로 정립된 후 3대 기획사 외에 1등 가수를 배출한 것은 '사건'이다. 그는 JYP로부터 2AM을 임대해 운영 중이며 3인 혼성그룹 에이트와 임정희 등을 소속 가수로 뒀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음악 장르를 혼합해 하이브리드 곡을 만든 게 대중의 인기를 얻은 요인입니다. '죽어도 못 보내'는 발라드에다 일렉트로닉뮤직을 섞었죠.2년 전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에는 발라드에 브리티시록을 가미했고요. "

'죽어도 못 보내'는 멜론 벅스 소리바다 등 온라인 사이트와 휴대전화 연결음 및 벨소리,MP3 다운로드 등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음반 판매량도 5만장에 달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프로젝트 그룹 옴므(2AM의 창민과 에이트의 이현)의 발라드 '밥만 잘 먹더라'로 보아의 댄스곡을 누르며 이 곡을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올려놨다. 9월에는 임정희의 '헤어지러 가는 길'로 2NE1을 따돌렸다. 2AM의 '전활받지 않는 너에게'로는 소녀시대를 눌렀다. '아이돌 킬러'란 별명도 붙었다.

"발라드 곡으로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을 누른 사례가 많아요. 제가 프로듀싱한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이 빅뱅의 '붉은노을'을 꺾으면서 시작됐죠.올 시즌 멜론 차트에서는 제가 작사 · 작곡한 9곡이 모두 톱10에 진입했어요. 덕분에 올해 매출은 JYP의 절반 정도인 55억원,영업이익률은 20% 정도로 추정합니다. "

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2005년 바나나걸 2집에 만화를 과감히 접목한 데 이어 최근에는 2AM 공연을 3차원(3D) 영화로 제작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새로운 미디어와 플랫폼에 우리 가수를 적극적으로 등장시켜 '트렌드세터'가 되겠습니다. 3D 공연 영화의 시장성이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현장성을 강조하는 공연물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러나 우리 음악시장은 너무 작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해요. "

그는 2005년부터 3년간 '왕리홈' 등 중국 스타들과 음반을 만들며 중국 시장도 탐색했다.

"중국 음악시장은 '해적질'이 워낙 많아 음원이나 음반을 팔아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요. 대신 공연 시장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중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음악사업을 현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돼요. "

그는 내년부터 글로벌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상반기 중 2AM을 동남아시아에 진출시킨 뒤 하반기에는 일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 대표는 2000년 박진영과 함께 JYP를 창립했고,2005년 빅히트를 설립해 독립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