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기업들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지만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낼 수도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합의 도출에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맞춤형 비즈니스로 변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벅스와 리바이스 등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체들은 기후변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한다. 스타벅스는 투자를 늘려 재배지의 자연을 보호하는 농가에 특별 지원금을 제공한다. 수확량 감소로 커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배지를 보호,수확량을 확보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의류업체 리바이스도 물부족에 따른 면화값 상승이 걱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원가가 높더라도 물부족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GE는 기온 상승에 따른 물부족을 예상,2005년 수처리 산업을 중심으로 환경산업에 뛰어들었다. 제프 풀검 GE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수처리산업은 2009~2016년 사이 연평균 10%의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향후에도 GE의 역점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지멘스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수처리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액 중 25%를 기후변화 부문 등에서 달성했다.

세계적 농업 기업인 몬산토와 듀폰도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종자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브렛 베게만 몬산토 부회장은 "몬산토는 기근에 잘 견디는 신품종 개발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39배 많은 거래실적도 냈다"며 "기후변화 리스크를 신품종 개발이라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홍수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늘면서 이에 따른 피해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재보험사 스위스 리에 따르면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는 지난해 기준 연 270억달러 규모로 최근 40년간 5배 증가했다. 취리히파이낸셜서비스를 비롯한 재보험 업계는 폭풍 등으로 손상된 건물을 극한의 날씨에도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이 강한 건물로 바꿔주는 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급변하는 환경을 사업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유엔은 매년 홍수를 막고,허리케인에 버틸 수 있는 건물을 짓고,가뭄에 저항이 강한 작물을 만드는 등 기후변화에 의해 창출되는 시장이 2030년 135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합의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멕시코 칸쿤에서 지난 11일 폐막한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 차 속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후변화 목표가 나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