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연구원(원장 김태준)의 경제 전망이 실제에서 한참 벗어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거시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렇다 치더라도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금융시장 전망마저 크게 틀려 금융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2009년 경제전망을 세 차례에 걸쳐 내놓았지만 실제와 비슷한 수치는 단 한 차례도 제시하지 못했다.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2008년 12월.당시 수치는 1.7%였다. 하지만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경제가 크게 휘청거리자 지난해 4월 -2.8%로 고쳤다. 당시 금융연구원은 "국내 실물경제의 본격 회복은 2010년 이후에나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현 경기상황의 판단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선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 중이거나 근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을 바꿨다. 곧이어 7월엔 성장률을 -1.8%로 높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0.2%로 금융연구원이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한 수치와는 크게 차이났다.

금융연구원의 빗나간 전망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2010년 성장률 전망치는 4.4%였다. 상반기 4.8%와 하반기 3.9%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출이 급증하고 내수가 회복되면서 회복속도는 금융연구원이 추정한 것보다 훨씬 빨랐다. 실제 올 상반기 성장률은 7.6%에 이르렀다.

환율과 국채금리 등 금융시장 전망에선 양상이 더 심각하다. 금융연구원은 2009년 원 · 달러 환율 평균치를 2008년 12월 1210원으로 제시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이 점차 안정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환율은 1600원 근처까지 치솟았고 한 해 평균으로도 1276원에 이르렀다. 2010년 환율 전망에서도 금융연구원은 1120원(2009년 12월),1100원(2010년 4월) 등을 제시했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환율은 한때 1250원까지 올랐으며 평균 1160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금융연구원이 2009년 수치로 전망한 수준이 연 2.8%였지만 실제로는 연 4.05%였다. 2010년 전망치는 연 4.7%였으나 한때 연 3% 아래로 떨어지는 등 현재까지 평균은 연 3.7%대를 기록 중이다.

박준동/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