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에 관한 한 캐나다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광적이다. 최고 인기 선수는 국민적 영웅이며,어느 대회에서건 아이스하키 종목만큼은 무조건 우승해야만 한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는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캐나다 아이스하키팀이 최대 라이벌인 미국팀과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날 밤 흥분한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캐나다 전역으로 쏟아져 나와 밤새도록 열광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 교양잡지인 뉴요커 6월호에 창립 역사상 최초로 다른 광고를 배제하고 한 나라의 투자유치 홍보물만 잡지 전체에 걸쳐 게재했다. 그 중 동계올림픽에서 극적인 골을 넣어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는 시드니 크로즈비 선수가 캐나다 국기를 흔들며 캐나다 정부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We're world champion now…not just in hockey'.캐나다가 투자유치 챔피언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캐나다 국민에게 아이스하키는 팀워크를 길러주는 과학적인 운동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세 살 때부터 근처 하키장에서 스케이팅과 하키 교육을 시킨다. 스케이팅과 하키 운동이 건강 유지는 물론 어릴 때부터 팀워크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아이스하키에 열정이 있는 부모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은 하키의 날이다. 캐나다 국영방송인 CBC는 매주 토요일 저녁을 하키의 날로 지정,두 경기 이상을 방영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이름도 'Hockey Night in Canada'다.

얼마 전 캐나다의 한 언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의 80% 이상이 팀호튼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팀호튼 광고에서는 'True Canadian,It's Tim Hortons' 메시지로 국민적 자긍심을 일으킨다. 스타벅스를 이긴 캐나다의 국민 커피 브랜드인 팀 호튼 창립자 역시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의 유명한 선수였다.

정치나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아이스하키에 광적인 리더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은퇴 이후 자서전보다는 아이스하키 관련 책을 집필하겠다고 수 년 전부터 공언해 왔다.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사인 RIM의 CEO인 짐 바실리는 수 년째 북미 아이스하키팀을 캐나다로 옮겨오려고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고,본인의 하키 스킬은 프로급에 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국 기업은 물론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하키 후원을 전략적으로 구사해 캐나다 사람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캐나다 국민들이 자국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기업의 마케팅에 상당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삼성,LG,한국타이어 등은 각종 캐나다 내 아이스하키 리그나 월드컵 하키 리그에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TV 광고에도 하키를 주제로 선정해 호응을 얻은 적이 있는가 하면,캐나다 부모들이 자녀의 하키 리그 입성에 열정을 쏟아붓는 내용의 드라마를 후원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하키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없다.

김연식 KOTRA 토론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