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독자 생존 방식의 민영화를 위해 구성한 '우리사랑 컨소시엄(우리사주조합)'과 'W컨소시엄(우리은행 거래기업)'이 13일 입찰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큰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최저 지분매각 한도로 설정한 28.5%를 모두 가져갈 곳은 사실상 우리금융 컨소시엄밖에 없기 때문에 예비입찰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광주 · 경남은행은 우리금융에서 분리 매각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우리 컨소시엄,입찰 포기 선언

우리금융의 2개 컨소시엄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매각 주관사를 통해 입찰조건을 파악한 결과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28.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할 주체들 간의 경쟁이 있어야 하고,가격도 시가에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이어 "우리금융 측 컨소시엄을 제외할 경우 이런 지분을 인수할 만한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유효 경쟁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순수하게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하려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도 지급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이런 상황에서 최종입찰 때까지 200억원 안팎의 인수자문 비용과 실사 비용을 부담하면서 매각절차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은 당초 정부가 유효경쟁 및 경영권 프리미엄 요건을 완화해 주지 않으면 불참하겠다고 밝혔다가 조건없이 불참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보통 10% 정도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투자자들로선 시장에서 우리금융 주식을 사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2개 컨소시엄이 입찰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컨소시엄을 제외하곤 우리금융 지분 28.5%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곳이 현재로서는 없어서다.

◆금융위 "예정대로 한다"고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다른 입찰자들도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입찰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입찰 불참을 내걸고 압박한다고 해서 절차를 늦추거나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되면 금융위도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되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입찰참가의향서(LOI) 제출자 중 경영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부도 시장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명분이 생긴다"며 "재입찰 공고 등을 통해 우리금융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입찰 조건을 만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정부는 경쟁입찰 방식 자체가 무산되면 대량 블록세일 방식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을 30% 이상 블록세일한다면 우리금융은 이미 유치한 투자자들에게 블록세일에 참가토록 해 현재 추진하는 방식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우리금융 매각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광주 · 경남은행은 우리금융과 따로 분산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광주 · 경남은행이라도 빨리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걸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재형/이상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