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나 어깨관절충돌증후군을 수술이 아닌 수면마취 후 운동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에 등장했다.

수면마취 후 운동요법은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수면마취시켜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재우고 숙련된 의사가 굳어진 어깨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켜 통증 때문에 시행하지 못했던 운동요법을 인위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다.

이 치료를 도입한 이상준 제일정형외과병원 진료과장은 "10분 정도면 간단히 치료가 끝난다"며 "이때 장시간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면 통증 완화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면마취 후 운동요법은 오전에 받은 뒤 오후에 퇴원할 수 있어 일상 복귀도 빠르다. 다만 치료 전에 정밀검사를 실시해 관절염으로 관절이 완전히 굳어 있거나 어깨 인대가 파열된 경우에는 먼저 원인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 운동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한 자가 운동치료를 해야 어깨 관절낭이 다시 유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 과장은 "예전의 전신마취하 운동요법이나 수술요법은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이 커서 환자들이 꺼렸다"며 "수면마취 후 운동요법은 이런 부담이 없고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경직된 어깨 관절을 풀어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깨질환은 통칭 '오십견' 하나인 것 같지만 통증 원인도 다양하고 증상도 비슷해 별 생각 없이 자가진단에 의지해 섣불리 치료에 나설 경우 되레 병을 키울 수 있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의 관절낭이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유착성관절낭염'이 정식 병명이다.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 하여 '동결견' 이라고도 한다. 어깨 부위가 쑤시고,팔을 올리고 내리거나 펴는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어깨 관절 운동에 제한이 따른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져 잠을 설치고 뒷목이 뻣뻣하며 통증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눕기조차 힘들다. 어깨 관절의 퇴행성 변화는 당뇨병 · 갑상선질환 · 결핵 등 전신성 질환이나 어깨 근육이나 인대의 염증 또는 파열 등에 의해 일어난다. 40~70대의 연령층에 주로 발생하며 50세 이상이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상 등으로 어깨 관절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거나,어깨 관절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으면 퇴행성 변화가 급속히 진행돼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어깨관절충돌증후군은 오십견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는 사례가 많다.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 40세 이상,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라켓 사용 운동을 즐기는 사람,높은 위치에 있는 선반이나 찬장 같은 곳에 물건을 오르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어깨를 들어올리는 근육이 뼈와 충돌해 통증을 일으키는데 팔을 90도 정도 들어올릴 때 가장 통증이 심하다. 증상이 약하면 뒷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손을 뻗어 물건을 집을 때 따끔한 통증이 나타나고,심해지면 밤에 아픈 쪽으로 누울 때 통증으로 숙면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 관절조영술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진단한다.

오십견은 3~4개월 주기로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운동이 제한됐다가 서서히 가라앉고 운동제한도 풀리는 양상이 반복되며 1~2년 정도 지나 저절로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당한 기간이 흘러도 심한 통증과 관절 운동 제한이 지속된다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및 자가 운동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수면마취 후 운동요법이나 관절경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어깨충돌증후군도 3~4개월 물리치료를 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발병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잠잠해지다가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하므로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능동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