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는 아시아에서 임금이 가장 낮은 나라다. 인도네시아의 절반 수준이고,중국 해안 지역에 비해서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캄보디아도 방글라데시보다 1.5배가량 임금이 비싸다. '영원무역 사태'에 한국 기업인들이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이 동 · 서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인건비가 올라가자 주변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인력 구하기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아시아 임금 인상 '도미노'

미얀마 양곤에 있는 신발 제조업체 J글로벌의 P사장은 최근 미얀마 내 공장 증축을 취소했다. 올해 임금이 전년 대비 10% 이상 치솟으면서 더 이상 인원을 늘리기가 부담스럽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P대표는 "양곤을 벗어난 외곽지역과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를 모두 고려대상에 넣고 공장부지를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J글로벌은 1990년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2000년 미얀마에도 생산라인을 마련했다. 다른 국가에 라인을 구축한다면 세 번째 해외진출이 된다. P사장은 "10년 주기로 다른 지역을 찾아 옮기게 되는 셈인데,공장을 철수하고 새로 짓는 데 드는 비용으로만 몇 년간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날려야 할 판"이라며 "다른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갈수록 호찌민시 외곽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할 처지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호찌민은 잦은 파업으로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며 "보통 설날을 전후해 과격 노조에 의해 불법 파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 진출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임금 인상 '주도'

연쇄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력 수급 불균형에 있다. 복덕규 KOTRA 아대양주팀 차장은 "다카(방글라데시),호찌민(베트남),자카르타(인도네시아) 등 동 · 서남아시아 주요 도시의 물가 상승률이 워낙 가팔라 지방에서 올라온 근로자들이 정착을 못하고 되돌아가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인력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출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7~10월 의류 수출은 총 6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가량 증가했다. 김삼식 KOTRA 방글라데시 센터장은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터키,스리랑카,캄보디아 등까지 임금이 오르자 글로벌 의류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방글라데시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황색 돌풍'은 동 · 서남아시아 곳곳에서 인력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얀마 양곤에서 봉제업을 하고 있는 D사 사장은 "중국,홍콩,대만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인력 수급이 기업마다 큰 화두로 떠올랐다"며 "라인을 증설해야 하지만 인원 부족으로 공장끼리 인력을 빼가는 일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인도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방글라데시의 제2 교역 파트너로 발돋움했다.

◆한국 기업들 '어디로 가나'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종 구매자인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최저가를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현지 임금은 계속 올라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이런 처지는 파업이 발생했을 때 기업의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복 차장은 "빨리 물건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성급하게 분규를 마무리지으면서 현지 근로자들에게 잘못된 학습 효과를 심어주고 있다"며 "이 점을 전문 파업꾼들이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노무관리 전문가로 활약 중인 방치영 전 LG전자 노무담당 부장은 "이 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공장 자동화 비중을 높이거나 노무관리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남윤선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