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유혈 폭동 사태의 중심에 섰던 영원무역은 외견상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공장을 폐쇄한 지 하루 만인 13일 일부 공장을 재가동한 데 이어 14일부터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모든 공장을 정상 운영키로 했기 때문이다.

영원무역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별다른 피해 없이 폭동사태는 일단락됐다"며 "2~3일 정도 공장 문을 닫았지만 미리 생산해놓은 물량이 많기 때문에 납기를 지키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방글라데시 노동부 장관이 직접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에게 '향후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14일 중에 방글라데시 전체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기업들 안팎에선 '언제든 폭동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 사이에 '지금 임금은 너무 낮다. 강력하게 요구하면 더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데다 '전문 파업꾼'까지 등장해 파업과 폭동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은 지난 7월 현지 정부가 '법정 최저임금을 11월 임금 적용분부터 월 1662타카에서 3000타카(약 4만9000원)로 80%가량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너무 작다. 최소한 5000타카는 돼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신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지난달부터 단번에 80%나 오르자,숙련공들도 내심 비슷한 임금인상률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근로자들을 숙련도에 따라 7개 등급으로 구분한 뒤 가장 숙련도가 떨어지는 7등급 근로자에 대해서만 각 기업에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주라고 강제했을 뿐 나머지 1~6등급 근로자에 대해선 '권고' 조치만 내린 상태다.

섬유 · 봉제 업계에서는 이번 폭동을 계기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빠른 속도로 커지지 않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각 기업이 숙련공 대표와의 협상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임금을 올려줘도 되지만,지금 분위기에서 소폭만 올려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