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6년 있으면 베트남도 좋은 시절이 끝날 텐데 방글라데시에서 폭력 시위라니…." 13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의류업체 A사 사장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그는 중국 칭다오에서 니트류를 구매,미국에 수출하다 2002년 호찌민시에 공장을 차렸다. 땅값과 임금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작년 말에는 호찌민에서 차로 5시간가량 떨어진 붕따우성의 푸미공단으로 또 옮겼다. 그는 "공장을 옮겨다니는 일에 진력이 났다"고 했다.

봉제,신발 제조 등 한국의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이 갈 곳을 잃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주요 생산기지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아시아 최저 임금 수준인 방글라데시 영원무역 공장에서 12일 발생한 폭력 사태는 현지 진출 기업인들에게 '최후의 보루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 말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 때만 해도 동남아시아 노동시장은 잠잠했으나,올 들어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갑작스레 바뀌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가 지난달 1일 최저임금을 월 34.07달러에서 53.94달러로 58% 인상했고,베트남은 내년 1월부터 호찌민에서 가까운 1지역의 경우 68.78달러에서 79.56달러로 16%가량 올리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지역별로 4.1~14.8%가량 임금이 상승했다.

김삼식 KOTRA 방글라데시 센터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도 벅찬데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은 베트남 등 인근 지역과 똑같이 해 달라며 20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덕규 KOTRA 아대양주팀 차장은 "중국 대만 기업들이 동 · 서남아시아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봉제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하면 임금이 오른다는 학습 효과로 전문적인 파업꾼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를 대안으로 고민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쉽지 않다. 포장재를 생산하는 B사 대표는 "AGOA(서부사하라 남쪽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준다는 미국 정부의 아프리카 경제 진흥책)를 활용하기 위해 케냐에 투자하려 했다가 관공서에 지불해야 할 이면 비용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로 치타공 지역에 있는 한국 업체 23곳 중 6곳이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영원무역은 소요 사태가 진정 국면을 보임에 따라14일부터 라인 가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