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날벼락이다. 취득 · 등록세 인하가 한시적이었다는 것을 세무사들조차 몰랐다. "

9억원 초과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 · 등록세 50% 감면이 올해 말 종료된다는 소식에 부동산 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이들 주택 매입자는 내년부터 집을 살 때 취득 · 등록세로 4%(지방교육세 농특세 포함 시 4.6%)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세 부담이 올해(2%)보다 두 배로 늘어 가뜩이나 움츠러든 고가주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도 마찬가지다. 세 감면 연장 시한이 고작 1년이어서 2012년에는 서민주택 거래세도 두 배로 뛸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06년 9월 취득 · 등록세 인하 조치가 '한시적인 감면'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다가 일몰 시한인 2009년 말에 가서야 보도자료로 '추가 1년 연장'을 발표했다. 시장의 혼란을 정부가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도 "당황스럽다"

지난 8일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내년 한 해 동안 9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를 제외한 주택 거래에 대해서만 취득 · 등록세가 50% 감면된다고 행정안전부가 발표하자 부동산 세제 전문가들조차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득 · 등록세 감면이 시행된 2006년 9월부터 지금까지 과표 현실화에 따른 영구적인 세율 인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다.

그 까닭은 세 감면 내용이 본법인 지방세법 제273조2(주택 거래에 대한 감면)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9월 개정된 지방세법에 일몰(2009년 말까지 적용) 조항이 들어갔는데도 정부는 취득 · 등록세 경감 방안을 발표하면서'한시적'이라는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조차 법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익명의 부동산 전문 세무사는 "최근 강연 자료를 준비하면서야 취득 · 등록세에 일몰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일반인은 한시적이라는 것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방향에도 역행

거래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는 줄이고 보유세는 높인다'는 것은 부동산 세제의 기본 방향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내용은 '거래세 인하,보유세 인상'의 기본 방향에 역행했다. 과표 현실화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단행한 세율 인하로 시장에서 알고 있는 상황에서 9억원 초과 주택과 다주택자가 내년부터 50% 감면 대상에서 빠졌다. 나머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세 감면 시기도 내년 말로 한정해놓았다.

이번 조치로 고가주택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급매물 위주로 간혹 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 회복의 기대가 커졌지만 취득 · 등록세 감면 축소 발표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너무 많은 취득 · 등록세

정부는 이번 취득 · 등록세 감면 연장에서 9억원 초과 주택 등을 배제한 것은 투기적 수요의 다주택 방지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를 중과하는 양도소득세나 고가 주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종합부동산세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취득세(4%)로 통합되는 한국의 취득세(2%)와 등록세(2%)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취득세와 등록세에 각각 붙는 농어촌특별세(0.2%)와 지방교육세(0.4%)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법정 세율은 4.6%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총조세에서 부동산 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9.1%로 캐나다(0.5%) 독일(0.7%) 일본(1.2%) 프랑스(1.6%) 영국(2.7%) 등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은 거래세를 매기지 않는다.

국내에서 9억원을 넘는 주택은 8만5000여채로 전체 주택(999만8000채)의 0.85%다. 다주택자 비중은 이보다 훨씬 커 전체 납세자의 21.7%인 292만4000명에 달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