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등 인문 · 사회 분야 책들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서점가에서 남성 독자들과 40~60대 독자들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

교보문고가 13일 발표한 올해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종합베스트셀러 100위권 도서를 구입한 남녀비율은 각각 39.7%와 60.3%로 여성 비율이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남성 독자 비율은 지난해(36.8%)보다 높아졌다. 2007년 40.4%였던 남성 독자 비율은 2008년 39.2%,지난해 36.8%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였다.

남성 독자 비율 증가에 대해 교보문고는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이 남성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출판사가 자체 분석한 《그들의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구매성향을 보면 30~40대 독자가 전체의 65~70%,남성이 전체 독자의 70%를 차지해 이를 뒷받침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출간 초기 남성 독자의 구매가 몰리면서 베스트셀러 선두를 차지했고 뒤이어 여성 독자들이 가세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구매 비율이 2008년 43.8%에서 올해 37.0%로 줄어든 반면 40~60대는 2008년 22.5%에서 30.4%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책을 많이 사는 20~30대의 비율이 줄고 40~50대 독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올해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사회 전반에 '정의' 열풍을 몰고 온 《정의란 무엇인가》가 차지했다. 1981년 교보문고가 개점한 이래 인문 서적이 연간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은 인문서로는 8년 만에 주간 종합 1위에 올랐고,12주 동안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를 지속했다.

교보문고는 "이 책의 인기와 더불어 그동안 주춤했던 철학,역사,정치 · 사회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으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와 캠페인,정의 열풍 등으로 인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 2위는 권비영의 역사소설 《덕혜옹주》가 차지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제1권,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등이 뒤를 이었다.

전자책 판매량은 작년에 57%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175% 늘어났다. 교보문고는 올해 출판계의 주요 흐름으로 정의,법정 스님과 김대중 ·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추모 열기,인문학의 귀환,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힘입은 전자책의 약진,오픈마켓의 등장과 도서정가제 논란 등을 꼽았다.

올해 교보문고의 전체 매출은 작년보다 4.1% 늘었고 이 가운데 온라인 서점인 인터넷교보문고의 매출 신장률은 10.9%에 달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