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지각 변동] (2) 인디밴드·클럽 불야성 '홍대앞'…대형상가에 숨막힌 '이대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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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학가 상권' 홍대앞 뜨고 이대앞 지고
전성기 맞은 홍대앞
새벽 2시까지 클럽 장사진, 의류·액세서리 덩달아 밀집…커피 한잔의 낭만까지 갖춰
불꺼진 이대앞
상가분쟁에 유동인구 급감, 보세의류 가게골목 직격탄…화장품 점포만 겨우 이름값
전성기 맞은 홍대앞
새벽 2시까지 클럽 장사진, 의류·액세서리 덩달아 밀집…커피 한잔의 낭만까지 갖춰
불꺼진 이대앞
상가분쟁에 유동인구 급감, 보세의류 가게골목 직격탄…화장품 점포만 겨우 이름값
지난달 마지막 금요일인 26일 홍대앞 '주차장길'은 후끈 달아올랐다. 일렉 힙합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클럽 20여곳을 티켓 한장으로 즐길 수 있는 '클럽데이'였기 때문이다. 일렉을 주도하는 M2,힙합 위주의 nb2 · 코쿤 등의 메이저급 클럽 정문에는 '클러버'들의 긴 줄이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홍대앞 상권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아이콘은 '인디'(인디펜던트 음악의 줄임말).상업 음악과는 달리 뮤지션의 개성이 진하게 밴 음악이다. 인디 공연 마니아들이 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홍대앞이다. 대학생인 박예슬씨(24 · 여)는 "인디 공연을 보기 위해 매주 한 번씩 홍대앞을 찾는다"며 "문화가 밀집된 공간이어서 한번 오면 다양한 공연을 실컷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문나래씨(21 · 여)도 "공연문화에 반해 한 달에 서너 번 들르는데 최근 클럽문화가 너무 퇴폐적인 쪽으로 흘러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신촌민자역사 광장에는 관광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20명 남짓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내려 이대정문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들이 주로 들르는 곳은 화장품 가게.이대정문 앞 '더바디샵' 직원 K씨는 "작년에는 이대앞을 찾는 일본인이 많았는데 올해는 중국인들로 바뀌면서 화장품 가게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대앞에 내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외국인 관광객들만 늘면서 상권이 급속히 힘을 잃고 있다. 여고생과 여대생들이 떼지어 다니던 이대역~이대정문의 대로변 상권은 빛을 바랬다. 이화여대 4학년인 남혜리씨(24)는 "3년 전과 비교하면 보세의류 가게들이 많이 없어지면서 유동인구도 많이 줄었다"며 "이대역에서 멀지 않은 예스에이피엠 상가에선 손님이 너무 없어 상인들끼리 매장에서 공놀이 하는 걸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클럽 문화가 살찌운 홍대앞
홍대앞 상권의 전성기를 가져온 일등공신은 단연 클럽문화다. 60여개의 크고 작은 클럽에서 인디 음악이 탄생하고,힙합과 일렉 음악이 실험과정을 거쳤다. 얼마 전 '슈퍼스타K 2'에서 마지막 3인에 들었던 장재인씨(19)도 홍대 일대 클럽에서 20여회 공연을 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다듬었다. '걷고싶은 거리' 일대에 음식점과 주점 커피점이 몰려든 것도 클럽에 들어가기 전 배를 채우고,클럽을 나와서 술을 마시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한 결과다. 전태근 '하늘땅부동산' 실장은 "새벽 2시가 넘도록 인기 클럽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홍대앞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차장길 초입에 보세의류 가게가 몰린 것도 처음에는 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튀는 옷과 구두로 바꿔 착용하려는 클러버들의 수요가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홍대앞 상권을 살찌운 핵심은 클럽문화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개성있는 패션과 카페 문화로 분화됐다. 오선옥 '더컵케익팩토리' 사장(30 · 여)은 "손 재주가 뛰어난 상인들이 옷과 액세서리 구두 핸드백 등을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 파는데 블로그를 보고 찾는 단골손님들이 많다"며 "잡지를 보고 찾아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있을 정도로 튀는 상품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매일 홍대앞을 찾는다는 송현섭씨(25)는 한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홍대앞은 젊은이들의 패션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형상가가 악재 된 이대앞
이대앞은 2007년 문을 연 예스에이피엠 상가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상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 들어서도 소유주와 상인 간 갈등이 계속돼 영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과거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던 이대역~이대정문의 가운데를 이 상가가 차지하면서 메인 상권의 허리가 잘렸다. 이 상가의 이면골목에서 5년째 옷 가게를 하고 있는 H씨(38)는 "예스에이피엠 상가가 메인 상권의 동선을 잘라버린 형국이어서 메인 상권이 이대정문~신촌역사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동인구가 넘쳐나던 도로변과 보세의류 가게가 밀집한 이른바 '청바지 골목'이 모두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대상권은 서울의 대학가 상권 중 최근 3년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도 건물주들은 배짱이다. 점주가 나가더라도 들어올 사람이 금방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해창 이화공인중개사 대표는 "점포 상당수가 깔세나 전전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지만 점포가 비지는 않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려주는 건물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P상무는 "A급지의 13.2~15.5㎡(4~5평)짜리 가게 보증금이 8000만원에서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월세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라고 전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