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랏빚 436조원과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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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선심성 지출로 급증 우려…연금·지자체 재정 효율화 시급해
그리스 재정위기는 장기간 포퓰리즘적인 사회정책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발생한 재정적자와 이미 발행한 국채의 이자를 조달하기 위한 국채 발행에 실패한 결과다. 아일랜드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도 유사하게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지난 주 여야 국회의원들의 격투 끝에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도 내년에 436조원(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도 정부예산의 141%이고,국내총생산의 35%에 해당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비중으로 보면 선진국이나 문제의 남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에 국채에 대한 이자로 약 23조원을 지출해야 하고,또한 재정운영의 방향을 볼 때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재정수지에는 사회보장성기금으로 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모두 아직 성숙되지 않은 기금으로서 향후 적자 요인이 매우 크다. 국민연금은 2040년대부터 연간수지가 적자가 되고 2060년대부터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적자에 의한 잠재적 국가채무 증가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민의 건강 수준 개선과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이미 80세가 넘었고,향후 얼마나 빨리 상승할지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연기금의 수지적자 시점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평균수명의 변화에 따라 급격한 수지악화가 예상되는 사학연금과 산재보험도 다르지 않다.
둘째, 미국의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나 최근의 글로벌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부양을 위한 '적자성 채무'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왔다. 앞으로 각국 정부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주기적 금융위기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고,이에 따라 채무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는데 이의 증가가 심상치 않다. 현재와 같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개선되지 않고,자치단체장이 포퓰리즘에 따른 복지정책이나 무리한 지역개발정책을 경쟁적으로 수행할 경우 재정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채를 더 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유럽 사태는 바로 국가부채의 통제력 상실에서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사회보장 요구를 자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조세부담을 더 해야 하나 오히려 자녀 세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전가시킨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발생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생산적 채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의 소비적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소비적 채무의 성향이 짙다. 이런 채무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에서 나온다. 중앙정부가 솔선해 복지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복지지출을 효율화하고,개인의 책임과 유인에 입각한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제 선심성 복지경쟁은 자제하고,그동안 과잉 투자된 시설은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받는 게 중요하다. '독점적 사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개인과 기업의 민간채무도 적극적으로 조정해 국가채무화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가계와 기업이 부채 상환능력을 상실하면 이는 또 다른 공적자금조달을 위한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민간과 정부 모두 국가경쟁력 제고를 통해 성실히 자본을 축적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채규모는 영원불변이어서 지옥까지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 교수 >
지난 주 여야 국회의원들의 격투 끝에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도 내년에 436조원(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도 정부예산의 141%이고,국내총생산의 35%에 해당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비중으로 보면 선진국이나 문제의 남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에 국채에 대한 이자로 약 23조원을 지출해야 하고,또한 재정운영의 방향을 볼 때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재정수지에는 사회보장성기금으로 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모두 아직 성숙되지 않은 기금으로서 향후 적자 요인이 매우 크다. 국민연금은 2040년대부터 연간수지가 적자가 되고 2060년대부터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적자에 의한 잠재적 국가채무 증가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민의 건강 수준 개선과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이미 80세가 넘었고,향후 얼마나 빨리 상승할지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연기금의 수지적자 시점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평균수명의 변화에 따라 급격한 수지악화가 예상되는 사학연금과 산재보험도 다르지 않다.
둘째, 미국의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나 최근의 글로벌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부양을 위한 '적자성 채무'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왔다. 앞으로 각국 정부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주기적 금융위기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고,이에 따라 채무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는데 이의 증가가 심상치 않다. 현재와 같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개선되지 않고,자치단체장이 포퓰리즘에 따른 복지정책이나 무리한 지역개발정책을 경쟁적으로 수행할 경우 재정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채를 더 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유럽 사태는 바로 국가부채의 통제력 상실에서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사회보장 요구를 자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조세부담을 더 해야 하나 오히려 자녀 세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전가시킨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발생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생산적 채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의 소비적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소비적 채무의 성향이 짙다. 이런 채무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에서 나온다. 중앙정부가 솔선해 복지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복지지출을 효율화하고,개인의 책임과 유인에 입각한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제 선심성 복지경쟁은 자제하고,그동안 과잉 투자된 시설은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받는 게 중요하다. '독점적 사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개인과 기업의 민간채무도 적극적으로 조정해 국가채무화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가계와 기업이 부채 상환능력을 상실하면 이는 또 다른 공적자금조달을 위한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민간과 정부 모두 국가경쟁력 제고를 통해 성실히 자본을 축적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채규모는 영원불변이어서 지옥까지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