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아르헨 軍政시절 자국민 고문.살해범 추방 요구

브라질의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 고문 피해자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인권탄압 연루자에 대한 추방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정 시절 이탈리아인을 납치.고문.살해한 혐의를 받는 세자르 알레한드로 엔시소(62)의 추방을 브라질 정부에 요구했다.

엔시소는 신분을 위장한 채 20여년 전부터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 거주해 왔으며, 지난달 30일 리우 시내 산타 테레자 지역에서 브라질 연방경찰에 체포됐다.

엔시소는 아르헨티나 법원의 요청에 따라 1997년 10월부터 인터폴의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엔시소 추방 요구서가 도착하는 대로 신병처리에 관한 심리를 벌일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호세프 당선자가 내년 1월 1일 취임 이후 내리게 된다.

브라질 언론은 엔시소가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브라질 법에 따라 3~5년의 징역형 처벌을 받아야 하는 데다 현재 15살된 딸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방이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호세프 당선자가 엔시소에 대한 추방을 거부하면 브라질과 이탈리아 간에 또다시 외교적 마찰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은 현재 브라질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극좌파 테러리스트 케사레 바티스티(55)의 송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바티스티는 1970년대 좌익 무장투쟁을 주도하다 1977~1979년 발생한 4건의 살인사건에 연루돼 1979년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으며, 1981년 교도소를 탈출해 프랑스와 멕시코 등을 떠돌다 2007년 브라질에서 체포됐다.

이탈리아 법원은 1993년 궐석재판을 통해 바티스티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브라질에 신병인도를 요청했으나 브라질 법무부는 지난해 1월 바티스티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해 9~11월 사이 3차례에 걸친 심리 끝에 다수의견으로 바티스티의 송환을 권고하면서 이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에게 넘겼다.

룰라 대통령은 올해 말 퇴임 이전에 바티스티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브라질 언론은 송환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