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 부엌가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샘이 총 발행주식의 20% 가까이를 자사주로 매집, 남다른 자사주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전일 이사회를 열어 20만주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자사주 취득이 완료되면 한샘은 모두 465만9160주를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다. 총 발행주식 2353만3928주의 19.79%에 해당한다.

한샘의 자사주 취득 결의는 올 들어 벌써 6번째다. 지난 2월 10만주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으로 올 들어서만 이미 60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완료했다. 여기에 들인 자금만 71억원 가량에 이른다. 이번에 자사주를 더 사면 일 년 새 1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자사주 취득에만 쓰게 된다.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목으로 많이 이뤄진다. 회사가 일정량의 주식을 사면 수급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른다는 논리다. 물론 이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주식이 가장 많은 대주주다.

경영권 방어에도 자사주가 활용되곤 한다. 오너의 지분이 적어 경영권이 취약한 상장사는 적대적 M&A(인수합병)에 자사주로 대응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 3자에 매각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난다. 기존 경영진에 우호적인 세력에 자사주를 넘겨 백기사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한샘의 경우 최대주주인 조창걸 회장의 지분이 23.44%이고, 최양하 부회장 등 특별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총 44.5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 이슈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자사주 취득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 초 한샘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한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회사가 주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당장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내부 현금을 자사주 취득에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샘은 3분기말 기준 약 700억원의 현금을 보유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자금 활용 계획이 있지만 일단 자사주 취득에 자금을 쓰는 게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최근 일부 기관 보유 물량이 투자자들 사이에 돌고 있어 주식 유동성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주가 상승 시 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해외사업 진출 등 신규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샘 주가는 이날 닷새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오전 11시 20분 현재 전날보다 300원(2.37%) 오른 1만2950원을 기록중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