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년여 만에 2000을 넘어선 14일 증시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주가 수준에 연연하지 말고 시장 자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지수 2000 돌파로 인한 '꼭지' 우려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수의 추가적인 레벨 업 가능성'과 '2000 안착 수준의 안정적 상승 가능성' 등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2000 이란 숫자만 보고 2007년과 올해 시장을 비교하곤 한다"며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이익성장이나 물가상승률, 대외 여건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히 코스피지수 2000 돌파만 놓고 2007년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지수는 의미 있는 숫자를 달성했지만, 1900선에 있던 때와 여건이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우리 하우스(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는 내년 상반기 2350을 목표 지수로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연구원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재정 위기와 중국의 긴축 리스크는 차츰 줄어들고 있고,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반등할 경우 미국 연준(Fed)의 양적완화 조치가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 시장은 미국쪽에서 나오는 지표들을 상당히 좋게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박 연구원은 "지수의 추세적 상승에는 동의하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른 감이 있다"면서 '속도조절론'을 내놨다.

그는 "올 들어 상승했던 속도 만큼 지수가 앞으로도 오른다고 가정하면 기업 이익 증가율 예상치 12~13%를 지수 상승률이 웃돌게 된다"며 "2000 안착 정도에서 당분간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주도 업종은 IT(정보기술)ㆍ은행ㆍ자동차 등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다.

조 연구원은 "중국의 긴축 이슈는 아직 종료된 게 아니기 때문에 조선, 기계, 내수소비 등 중국 관련주는 피하는 게 좋다"면서 "기대감이 있는 미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IT, 은행이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술적 측면에서 그동안 소외돼 있었던 통신 및 철강 업종도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도 "IT는 계속 좋게보고 있고, 은행도 내년에 경상적 수준으로 이익이 회복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 관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미국의 소비가 회복될 경우 가장 탄력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서다.

박 연구원은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최근 중국의 보조금 삭감, 미국 GM의 재상장,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우려 등에 휘둘려 주가가 부진한데, 내년에는 주도주로 다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